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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에세이] 세 번 울며 세 번 아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한 부모 자녀를 둔 이들 
발달장애인을 둔 가정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들은 
오늘도 ‘삼읍삼고’하고 있다 

국가는 관음보살의 마음으로 
이들을 돌봐야 한다
그것이 차량 통행도 
별로 없는 길 만드는 일보다 
훨씬 급하고 중요하다

경주에 가면 중생사라는 작은 절이 있다. 신라시대에 지어진 이 절에는 아주 신령한 관음보살상이 있었다. 중국에서 어떤 사정으로 이 절을 찾아온 한 화가가 그렸다는 것이다. <삼국유사>에는 이 그림에 얽힌 이야기가 세 가지 전해오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고려 초의 명신 최승로(崔丞魯)와 관련이 있다. 

신라 말, 경애왕 때 최은함(崔殷)이 오랫동안 자식이 없어, 이 절에 가 보살상 앞에서 기도했더니 태기가 돌아 아들을 낳았다.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백제의 견훤이 서울을 쳐들어와 성 안이 온통 혼란에 빠졌다. 은함이 아이를 안고 와서 아뢰었다. “이웃 나라 군사가 쳐들어오니 일이 급하게 되었습니다. 갓난아이가 거듭 중하오나 함께 살아날 수 없습니다. 진실로 대성(大聖)께서 주신 아이라면, 바라건대 그 힘을 빌려 이 아이를 키워주시고, 우리 부자가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눈물을 쏟으며 비통하게 세 번을 울면서 세 번을 아뢰고, 강보에 싸서 보살상 아래 감추고 하염없이 돌아보며 갔다. 

새로 만들 사자성어 삼읍삼고(三泣三告)가 여기서 나온 말이다. 최은함이 얼마나 간절히 기도하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력으로는 어찌 할 수 없어서, 마지막으로 찾은 방법이 아이를 점지해 준 보살상 앞에 와 다시 한 번 부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석 달도 안 된 아이를 그림 속의 보살이 무슨 수로 지켜준단 말인가. 죽기 아니면 살기, 그저 마지막 수단인 셈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기적을 향해 간다. 보름쯤 지나 적들이 물러가자 최은함은 부랴부랴 절로 달려왔다. 기적이었다. 아이는 피부가 마치 새로 목욕한 듯, 몸이 반들반들하며, 입 언저리에서는 아직 젖내음이 나고 있었다. 안고서 돌아와 길렀는데, 자라자 남보다 총명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람이 바로 최승로이다. “눈물을 쏟으며 비통하게 세 번을 울면서 세 번을 아뢰고, 강보에 싸서 보살상 아래 감추고 하염없이 돌아보며 갔다.” 최승로의 이야기에서 다시 읽어보는 삼읍삼고(三泣三告)이다. 

전쟁 통에 같이 죽을 수는 없어서 아이라도 살려보자고 생각한 방법이 관음보살상에게 의지한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 속의 관음보살상은 오늘날로 치면 사회안전망이다. 개인이 도저히 감당 못할 안전대책은 국가가 나서서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한 부모 가족 돌봄 시설,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학대 아동의 보호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2019년 예산안에서 한 부모 가족 시설에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예산을 삭감하자고 주장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현재 우리 재정상황에 기존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기관이 지원하던 내용을 국비로 주머니만 바꿔 지원하자는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해명은 사실을 잘 모르고 한 말이었다. 사실이라고 해도 예산은 기껏 61억 원이었다. 4차선 도로 1km를 까는 데 평균 100억 원이 든다고 한다. 그다지 소용도 없는 이런 도로를 건설한다고 수천억원씩 예산을 따가는 국회의원이 많다. 자기 지역의 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돌봄 시설 같은 것은 표로 연결되지 않아서일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한 부모 자녀를 둔 이들, 발달장애인을 둔 가정, 제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들은 오늘도 ‘삼읍삼고’하고 있다. 국가는 관음보살과 같은 마음으로 이들을 돌봐야 한다. 그것이 차량 통행도 별로 없는 길을 만드는 일보다 훨씬 급하고 중요하다. 

[불교신문3454호/2018년1월9일자] 

고운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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