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장학위원회가 금년에도 할 일을 했다. 해외 2명, 국내 14명, 사찰승가대학원 5명 등 모두 21명의 내년도 신규 장학승을 선정해 지난 12일 발표했다. 국내외 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스님들로, 해당과정 학비 전액을 종단으로부터 지원받아 공부할 수 있게 됐다. 많게는 연간 1200만원 적게는 500만원씩 총 1억250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혜택을 입은 인원은 올해 가장 많다.

장학위원회는 스님들의 면학 분위기를 드높이고 종단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자는 목적으로 지난 2010년 7월 출범했다. 무엇보다 재정적 약진이 놀랍다. 내년(2019년) 예산은 2억8050만원으로 잡혔다. 위원회가 출범한 이듬해인 2011년 최초로 3600만원을 지급했다. 곧 8년 만에 무려 8배 가까이 증액됐다. 현재까지 107명의 스님들이 12억2745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종단의 중진 스님들을 비롯한 종도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얻지 못했을 성과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에 따르면 2011년 4월 ‘후원의 밤’ 행사 등을 통해 20억 원 이상의 기금이 걷혔다. 이즈음 전국의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총무원에 기부하는 기금의 상당수는 승가교육진흥기금이었다. 장학위원들은 비단 선발만이 아니라 후원도 한다. 양양 낙산사 주지 금곡스님,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스님 등이 숨은 조력자다.

종단에 대한 소속감을 키우는 장치이기도 하다.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정운스님은 “1990년대 후반 내가 공부할 당시 교육원의 장학금은 1년에 100만원이 고작이었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며 “승가복지제도와 함께 종도들의 종단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장학승 제도의 효과는 단순히 금전적 도움에만 그치지 않는다. 특히 해외 ‘구법승’에 대한 기대가 각별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러시아, 중국,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밀어준다. 장학위원장 보광스님(동국대 총장)은 “종단 장학승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추천하는 우수학생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며 “그만큼 외국 대학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논문통과가 빨라지는 등 학업성취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장학승들은 종단이 지정한 전공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종학(宗學)’ 연구수준의 비약적 향상 역시 내다볼 만 하다.

반면 아쉬움도 있다. 장학승들은 학업을 마치면 ‘종단을 위해 2년간은 봉사한다’는 각서를 쓰지만 정작 일할 곳이 마땅치 않다. 아직 크게 두각을 나타낸 스님도 드물다. 제도 시행 이후 8년이 흘렀으나 장학승 출신 대학교수가 언제쯤 나올지도 미지수다. ‘스님들이 주도하는 한국불교학의 세계화’에 대한 관심 또한 떨어질 때가 됐다. 새해에 후원의 밤 행사를 한 번 더 거행할 참이다. 교육원 교육부장 진광스님은 “안정적인 재원확보와 더불어 장학승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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