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을 이롭게 한다’ 우리가 가야할 길

타인에 대한 공경은 상불경
지혜 문수, 원행은 보현보살
자애는 관세음보살, 은혜를 
베푸는 마음은 미륵같이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 건국 1100년을 맞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사 첫 통일왕조는 신라다. 고구려와 백제를 하나로 통일한 통일신라는 270년간(668~935) 한반도를 통치했다. 그러나 통일 후에도 진골귀족이 정치를 독점해 유능한 인재와 문화적 자원들을 배제함으로써 진정한 통일국가의 길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정복당했던 두 나라가 다시 후삼국으로 건국되며 한반도는 분열한다. 

두 번째 통일왕조는 고려다. 고려가 건국한 후 500년간(918~1392) 통일된 나라를 유지했던 것은 바로 옛 삼국의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포용하고 통합함으로써 진정한 민족통합을 이루었다고 한다. 새로 건국한 나라에서는 누구라도 새롭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귀족 정치인들이 아니라 지방호족이 건국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정치와 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른 개방성과 역동성을 지닌 세상이 등장한 것이다. 과거제와 관료제등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고 필요한 인재는 국적과 종족을 가리지 않고 관료로 등용한 것은 고려가 유일하다. 지금도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코리아’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송나라, 거진, 아라비아 상인들까지 개경의 벽란도와 서해안 일대를 동아시아 무역의 중심지로 발전시켰던 고려의 유산이다. 문화와 사상적 특징은 다양성과 통합성이다. 고려의 4대 불교문화는 금속활자와 목판활자로 만든 대장경, 나전칠기 경전함, 고려불화, 고려청자다. 

이처럼 빛나는 중앙의 고급문화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은진미륵, 제비원석불과 같은 지방의 투박하고 역동적인 문화도 공존했다. 사상에서도 불교, 유교, 도교, 풍수지리와 민간신앙에 이르기까지 서로 이질적인 사상과 신앙이 공존했다는 것은 고려가 지닌 위대한 능력이다. 이 모든 것을 다 조화시켜 공존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념과 가치를 창조하였다. 고려만이 지니는 통합성을 이루어 내는 데 불교문화가 엄청난 역할을 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문명이 열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과 통일이라는 국가적 화두와 세계사 속에 처한 한반도의 앞날이 모두 광명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뿐만 아니라 통일 후에도 인권, 환경, 경제, 문화, 정치적인 문제들이 특히나 계층 간의 갈등을 뛰어넘어 모두가 평등해지는 나라를 원한다면 조화와 공존으로 통합을 이뤄낸 고려의 역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바로 불교의 사상이다. 조화와 공존은 바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공성(空性)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통일하고 민중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왕과 정치인들의 일이다. 그렇다면 온 세상의 모든 이들은 다 함께 평등하다(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는 존재평등의 통일성을 이룬 부처님은 당연히 아름답고 행복한 불국토를 만들어 가는 법에 대해 무엇이라 말씀하셨을까?

바로 <화엄경>의 7처 9회의 설법 중 8번째 법회가 열리고 있는 보광명전에서 ‘이세간품’을 통해 말씀하신다. 보광명전에서는 벌써 3번째 법회가 열리는데 앞의 2회, 7회 보광명전 법회에서는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는 모든 길에 대한 이해를 알려주었다. 이제 이해를 했다면 실천을 해야 한다. 문수보살로부터 믿음을 일으키기 시작해 ‘보현행품’에서 여러 수행의 길을 닦아나가며, ‘여래출현품’에서 부처님의 등장을 통해 수행을 완전히 이해시켰다. 이것은 자리이타의 자리행(自利行)에 관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세간품’에서는 온전한 이타행(利他行)만이 남았다. 일체 모든 부처님이 모두 자기의 불과를 이룬 뒤에 늘 중생을 이롭게 하는 실질적인 깨달은 이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보현은 불화엄삼매에 들어 부처님 모습을 보며 대자대비와 지혜로 다 함께 모든 고통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세간에 물들지 않고 일체 중생이 다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간다. 그래서 이통현 장자는 이세간품(離世間品)을 리세간품(利世間品)으로 보라 했다. ‘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바로 민족 대통합을 눈앞에 둔 우리가 가야할 조화와 공존의 길이다. 그 길에서 우리는 자리이타의 삶을 더 나아가 이타적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용맹은 석가모니같이, 타인에 대한 공경은 상불경보살 같이, 지혜는 문수보살 같이, 원행은 보현보살같이, 자애는 관음보살같이, 은혜를 베푸는 마음은 미륵같이.”(대고려 전시회 ‘창녕군 부인 발원문’에서) 

[불교신문3449호/2018년12월15일자]

원욱스님 공주 동학사 화엄승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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