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9시까지 이어지는 행복한 수행

점심 후 1시간 자율수행
일과 버티는 원동력 제공

열정적인 오후수업 이후
도반과 차 마시며 소통

마음 안정 찾는 명상으로
하루 일과 공식 마무리…

점심 공양이 끝나자 더운 날씨와 배부름으로 수행의 큰 적인 졸음과 싸우기 시작한다. 오후 1시30분에 수업이 시작하기 때문에 점심 먹고 1시간 정도 남는 시간을 자율 수행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이 시간엔 스님들이 수행하는 각각의 방식을 볼 수 있다. 졸음에 저항하지 않고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눈을 감고 있는 스님, 걷기 명상을 하면서 발에 모든 주의와 집중을 기울이는 스님의 모습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자율수행 시간을 이용해 시원한 나무 밑에서 맨발로 앉아 눈을 감고 좌선을 한다. 이렇게 해야 저녁 수업 및 밤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준다. 육체의 무리함도 덜어준다. 나무에 기대 청정한 공기를 마시면서 휴식을 가진다. 

어느 덧 알람 소리가 들려온다.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한다. 오후 1시10분이다. 느린 발동작으로 움직인다. 천천히 선방으로 향한다. 물을 한 모금 마시니, 시원한 물이 목에 떨어져 배 속으로 내려가는 감각이 느껴진다. 다리도 약간 아프다. 공부하는 법당으로 가는 길, 모든 생각과 신경을 발걸음에 주의하고 있다. 위빠사나 수행이라고 볼 수 있다. 1시30분이 되기 몇 분 전인데, 벌써 법당엔 많은 스님들이 좋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번 수업은 오후4시까지 한다. 

1시30분이 되자 강사 스님이 들어오신다. 수업의 시작은 합장 인사로 시작한다. 수업 중간 중간 도반 스님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열정적인 모습으로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졸거나 다른 생각 하는 스님들이 거의 없었다. 스스로 모두 행복감과 성취감이 느껴진다. 비록 시간이 지나자 졸고 있는 이들이 몇몇 보였지만, 그 분들도 일어나서 잠을 깨기 위해 옆에서 걷기명상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수업이 끝나고,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동안은 자유시간이다. 이 자유 시간은 수업 못지않게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스님들이 하나 둘 나무 그늘 밑에 있는 의자로 모인다. 음료수, 차, 커피 등을 마시기 시작한다. 이 시간만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을 것이다. 각 지역에서 온 수행자들이 ‘수행’ ‘삶’ ‘경전’ 등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본 스님이거나 잘 모르는 스님들이 있을 경우 분위기 더더욱 흥미롭다. 

친해지고 법을 나누 수 있는 시간인 만큼 분위기가 제법 진지하면서 활기가 넘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자리를 통해서 인연이 맺어지고 도반을 만들 수 있다. 북소리가 들려온다. 오후 6시란 소리다. 바람이 지나가듯이 2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야간 수업은 하루의 마무리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수업이다. 업을 짓지 않고, 번뇌 망상 일어나지 않으며, 편안한 밤이 되면서 에너지를 충전 시키도록 명상 수업을 한다. 실천수행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인만큼 명상수업은 역시나 자기 성취감을 올려준다. 해가 진 상태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어쩌면 지금 부처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오랫동안 해 온 스님들은 이미 앉은 채로 눈감고 고요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시간이 흘러 오후9시가 되자 ‘눈 천천히 떠보세요’라는 말이 들렸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속이 시원하지만 무릎에 약간 아픔이 느껴진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행복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9시 이후에도 자유 의지에 따라 수행을 밤새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루 일과가 마무리가 된다.

[불교신문3449호/2018년12월15일자]

대오(大悟)스님 동국대 불교학부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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