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듯 한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다. 혼자 살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들에게는 더 가혹한 계절이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지만 여전히 끼니 걱정, 잠자리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난한 이웃이 부지기수다. 집이 없어 한 몸 간신히 눕는 독서실에서 자다 참변을 당하거나 밀린 월세를 갚지 못해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가족 이야기가 새삼스럽지 않은 곳이 대한민국이다. 

근본 대책은 정부의 철저한 복지정책과 일자리 창출이겠지만 이는 국민적 합의와 국가 차원의 재정동원을 필요로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추운 겨울과 하루 하루를 견뎌야하는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당장의 밥 한 끼와 하룻밤 잠자리가 필요하다. 정부 정책의 빈틈은 민간, 그 중에서도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종교계가 보듬어야할 영역이다. 

우리 불교계는 오래전부터 자비행을 보살의 덕목으로 여겨 적극 실천해오고 있다. 불교는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여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인도하는 법보시부터 좋은 말, 웃는 얼굴 등 감정의 표현은 물론 병든 자를 구호하고 헐벗은 사람에게는 옷을, 굶주리는 자는 배불리 먹이는 등 물질 후원 까지 다양한 내용과 방법으로 남을 돕도록 권장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좇아 우리 불자들은 남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매달 구호단체에 기부하거나 직접 복지관 등을 방문하여 몸으로 봉사하는 불자들도 많다. 

날이 추워지면 어려운 처지에 놓은 사람들의 삶은 더 힘들어진다. 요즘처럼 경기가 얼어붙으면 온정의 손길도 줄어들기 때문에 자비행에 나서는 한 사람이 차지하는 역할도 커진다. 그래서 연말에는 불자들의 자비 손길이 더 많아야한다. 빈민촌을 찾아 이불이나 연탄을 나누는 단체도 있고, 동지에는 팥죽을 나누는 사찰이 많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 등을 찾아 팥죽을 나누는 불자들도 많다. 노인복지관 등에서 배식 봉사하는 사찰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도울 기회가 많다. 매달 후원 회비를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직접 몸을 움직여 다른 사람을 도우면 그 기쁨이 배가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20회 전국불교사회복지대회’에서 수상한 불교사회복지 유공자들의 사연은 모든 불자들의 귀감으로 삼을 만 하다. 이들은 어려운 근무 환경 속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여 주변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16년 가까이 도서 오지 등을 찾아 노인 일자리사업을 운영하거나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을 찾아 사회 공헌 하고 재능 기부, 집수리 봉사, 연탄 김장 나눔 등의 활동을 펼친 불자들도 있었다. 이들이야말로 무주상보시의 부처님 정신을 실천한 보살이다. 

진화론자들에 의하면 생명체의 진화는 다른 종족을 돕는 이타행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이타행을 하며 그로 인해 한 개체가 존속 발전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연구결과다. 불자들 덕분에 올 겨울이 따뜻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448호/2018년12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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