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번뇌와 분별 사라진 고요한 마음

유와 무를 보지 않는 마음자리 
그 마음이 ‘부처님의 참된 몸’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바탕

부처님의 참된 몸이란 ‘유(有)와 무(無)를 보지 않는 것이 진짜 해탈(不見有無 眞解脫)’이라고 말한 지난번 내용과 같습니다. 유(有)와 무(無)에 대한 온갖 속박을 벗어난 마음이 해탈이고, 그 마음을 몸으로 삼는 것이 부처님의 참된 몸이기 때문입니다.

원문번역: 문) 부처님의 ‘참된 몸(眞身)’을 본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유(有)와 무(無)를 보지 않는 것이 부처님의 참된 몸을 보는 것이다. 

문) ‘유’와 ‘무’를 보지 않는 것이 왜 부처님의 참된 몸을 보는 것입니까? 답) ‘유’는 ‘무’로 인하여 세우고 ‘무’는 ‘유’로 인하여 드러나기 때문이다. 본디 ‘유’를 내세우지 않으면 ‘무’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유’가 어디에서 생겨날 수 있겠느냐. 이는 유와 무가 서로 상대적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적 원인으로 존재하므로 다 생멸한다. 그러므로 유와 무라는 두 가지 견해만 여의면 부처의 참된 몸을 보게 된다. 

문) 말씀을 들으니 유와 무도 오히려 내세울 수 없는데 부처님의 참된 몸을 어떻게 내세울 수 있습니까? 답) 그대의 질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이 없다면 부처님의 참된 몸이라는 이름도 내세울 수 없다. 무엇 때문인가. 이는 마치 밝은 거울이 사물의 형상을 대할 때 그 모습을 드러내지만, 사물의 형상을 대하지 않을 때는 끝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과 같다.

강설: ‘유’와 ‘무’는 서로 의지하고 있는 상대적 개념입니다. 따라서 유와 무를 풀이할 때는 항상 상대적 개념을 토대로 살피고 분별하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분별하는 생각으로는 부처님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능엄경>에서 “부처님의 참마음은 분별하는 성품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유(有)와 무(無)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늘 ‘무엇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상견(常見)과 ‘아무것도 없다’라고 생각하는 단견(斷見)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상견과 단견에 대한 집착이 떨어져 모든 분별이 사라진 텅 빈 마음은, 어떤 대상 경계를 가지고 ‘유’나 ‘무’라고 판단하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와 ‘무’를 보지 않는 그 마음자리가 온갖 번뇌와 분별이 사라진 고요한 마음입니다. 이 마음이 부처님의 참된 몸이니, 온갖 구속에서 벗어나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바탕이 됩니다.

그러므로 <보장론>에서 “유(有)를 알면 ‘있다’라는 집착이 허물이요, 무(無)를 알면 ‘없다’라는 집착이 허물이다. ‘참다운 앎’은 유와 무를 헤아리지 않고, 유와 무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곧 부처님 마음에서 빛나는 슬기로운 삶’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유와 무에 집착하지 않는 ‘부처님의 마음’을 ‘부처님의 법(法)’으로 삼는 것을 법신(法身)이라 하니, 대주스님은 이 법신으로 ‘부처님의 참된 몸을 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법신도 중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방편으로 설하는 것이니, 그 근본은 언어도단(言語道斷) 심행처멸(心行處滅)일 뿐입니다.

원문번역: 문) 늘 부처님을 여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답) 집착하는 분별이 없어 늘 어떤 경계에도 마음이 고요한 것, 주어진 삶 속에서 언제나 시비분별이 사라진 텅 빈 고요한 마음이라면 곧 늘 부처님을 여의지 않고 사는 삶이다. 

강설: 시비하고 분별하는 삶에 휘말리는 것은 우리가 고요한 마음을 지키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수행을 통하여 선정의 힘을 키우게 되면, 이 힘으로 삶의 경계에서 시비하지 않게 되므로 부처님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시비분별이 사라진 텅 빈 마음, 유와 무에 대한 온갖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그 고요한 마음만 지니면 그 자체가 부처님이니, 일상생활 속에서 늘 부처님을 여의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불교신문3447호/2018년12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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