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웃더민쩨이주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한 지뢰위험성 교육 모습.

수줍은 듯 쭈뼛쭈뼛 하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는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선뜻 다가오지도, 딱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아이들은 엄마 뒤에 숨어서 얼굴만 내민 채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왠지 더 정감이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캄보디아 곳곳에 즐비해 있는 연꽃처럼 은은한 향기를 간직한 채 미소로 화답하는 초연한 삶을 살아가는 캄보디아는 제게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뢰제거사업의 출장을 위해 캄보디아 국경 근처 지역인 웃더민쩨이 주에 있는 초등학교를 방문 했을 때입니다. 선풍기 하나 없이 더운 교실에는 50여 명의 아이들이 지뢰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듣기 위해서 앉아있었습니다. 그저 교육인줄만 알았는데, 아이들의 학교와 집 주변은 그야말로 지뢰밭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열띤 교육시간이 끝난 뒤 저희는 안전장치로 무장한 채 지뢰제거현장을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지뢰와 불발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길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이 지나다니는 이곳은 지뢰밭이면서 동시에 이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펑’ 하는 불발탄이 터지는 소리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보아하니 마을 주민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올해 이 지역에서 발견된 지뢰와 폭발물 수는 147개, 잔류물 탐지 및 제거는 7만2023개에 달합니다. 매일같이 들리는 폭발음에 주민들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듯 보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는 지뢰위험성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과 학교 도처에 널려있는 지뢰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 앗아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뢰가 제거되어 평화가 깃든 안전한 땅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며 꿈꿀 수 있는 날이 다가오길 기대합니다.

저는 이곳 아이들에게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씨앗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어떠한 수확을 얻을지 사실 모르겠습니다. 그저 연꽃처럼 피어나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립니다. 그것이 제가 한국을 떠나 이곳 캄보디아로 품고 온 희망의 씨앗입니다. 아이들이 때론 거센 비바람에 좌절을 맞이할지라도 지혜와 용기를 통해 다시 희망의 열매로 피어날 것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저는 아이들의 희망과 꿈을 엿보았습니다. 그건 분명 부처님의 자비로운 미소였고 선의 보시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심어준 희망의 씨앗이 꿈을 틔워내고 있고 지구촌공생회는 지금 함께 가꾸어 나가는 중입니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이 아닌 가진 것을 베풀 줄 아는 삶을 살고 싶어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오히려 저를 채워주는 시간으로 만들고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불교신문3446호/2018년12월5일자]

조우리 지구촌공생회 캄보디아지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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