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의 인과법 알고 보면 망상덩어리

중생에게 적용되는 인과법도 
실체가 없는 공성인 줄 알면 
부처님 성품 함께하는 자리돼

이 세상 모든 법의 실체는 텅 비어 있을 뿐 생멸하여 변화할 것이 없습니다. 범부들은 이 도리를 모르고 지은 죄에 집착하여 과보를 받을까봐 크게 두려워 하지만, 텅 빈 공성(空性)은 인과의 영향을 받지 않음을 대주스님은 이 장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원문번역: 문) 죄를 받는 중생도 부처님의 성품이 있습니까? 답) 그들에게도 부처님의 성품이 있다. 문) 부처님의 성품이 있는데, 중생이 지옥에 들어갈 때 부처님의 성품도 함께 들어갑니까? 답) 함께 들어가지 않는다. 문) 중생이 지옥에 들어갈 때 부처님의 성품은 어디에 있습니까? 답) 중생과 함께 들어가기도 한다.

문) 중생과 함께 들어가면 지옥에 들어가 중생이 받는 죄를 부처님의 성품도 똑같이 죄를 받습니까? 답) 부처님의 성품이 중생을 따라 함께 지옥에 들어가더라도, 인과법에서 중생은 스스로 지은 죄업의 고통을 받게 되지만, 부처님의 성품은 원래 죄를 받지 않는다. 문) 부처님의 성품도 함께 지옥에 들어갔는데 무엇 때문에 죄를 받지 않습니까? 답) 중생에게는 ‘생멸하는 모습’이 있으며, ‘생멸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은 만들어지고 무너지는 게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처님의 성품은 생멸하는 모습이 없으며, ‘생멸하는 모습이 없다는 것’은 ‘공성(空性)’이니, 이 때문에 진공(眞空)의 성품은 허물어져 무너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허공에 장작을 쌓아놓아도, 불을 때면 쌓아놓은 장작은 저절로 허물어져 없어지지만, 허공은 허물어지지 않고 언제나 그대로 있는 것과 같다. 허공은 부처님의 성품에 비유되고 장작은 중생에 비유한 것이니, 부처님의 성품이 중생과 함께 지옥에 들어가더라도, 중생과 똑같이 죄업의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강설: 지옥에 들어갈 때 부처님의 성품이 함께 들어가지 않는다고 답한 것은, 인과법이 적용되는 중생계에서는, 중생이 지은 죄업의 과보는 중생 스스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중생의 인과법도 알고 보면 망상덩어리로서 실체가 없으니, 그 근본 성품은 부처님의 성품과 똑같은 공성입니다. 그러므로 중생에게 적용되는 인과법도 실체가 없는 공성인 줄 깨달으면 그 자리가 바로 부처님의 성품과 함께하는 자리가 됩니다. 부처님의 성품이 중생과 함께 지옥에 들어가, 인과로 중생은 자신의 과보를 받지만 부처님의 텅 빈 성품 그 자리는 본디 지을 죄도 없고 받을 과보도 없는 것입니다.

인과법은 실체가 없는 망상으로 이루어진 중생계에서만 적용될 뿐, 무명 너머 부처님 세상으로 들어가면 인과법 자체가 공성이니 인과법에 걸릴 게 없습니다.

인과법은 인연이 모이면 그 결과로 생겨나는 법이므로, 그 인연이 흩어지면 그 법도 사라지니 허깨비와 같아 어떤 실체가 없는 공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인과법이 적용되는 중생에게는 ‘생멸하는 모습’이 있으며, ‘생멸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은 인연이 모여 생겨났다 사라졌다 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과법이 적용 안 되는 텅 빈 부처님의 성품에는 생멸하는 모습이 없으며, ‘생멸하는 모습이 없다는 것’은 ‘공성(空性)’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니, 이 때문에 텅 빈 진공(眞空)의 성품에서는 아무것도 없으므로 허물어져 무너질 게 없습니다. 예를 들면 땔감으로 허공에 쌓아놓은 장작이 불을 때면 눈에 보이는 땔감은 사라지지만, 땔감과 함께 있던 텅 빈 허공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과 같습니다. 허공은 부처님의 성품에 비유하고 장작은 중생에 비유한 것이니, 허공 같은 부처님의 성품은 중생과 함께 지옥에 들어가더라도, 중생과 똑같이 죄업의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중생이든 부처님이든 마음의 본디 성품을 알면 ‘공성(空性)’이니, 이 생겨날 것이 없는 데에서 인연 따라 온갖 법이 빠짐없이 드러나는 모습이 있는 것을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합니다. 이 도리를 알고 어떤 모습에도 집착하지 않고 그 실체를 아는 것은 부처님의 마음이지만, 이 도리를 모르고 상(相)에 집착한다면 중생의 마음을 쓰는 것이니 결코 중생의 살림살이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불교신문3441호/2018년11월17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삽화=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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