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하러 평양을 방문해 여러 가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모습, 백두산에 올라 김정은 위원장과 두 손을 들어 올린 모습 등은 기억에 남을 만한 명장면이었다. 환영 나온 주민들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남측 대통령이 허리를 꺾고 이른바 ‘폴더 인사’를 하는 장면은 북한주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문대통령은 취임이후 공사석에서 늘 겸손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 왔다. 광복절 기념식 때는 독립유공자들과 함께 입장하고, 5·18 기념식에는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은 옆자리에 앉도록 배려했다. 옷은 스스로 벗어서 걸고, 직원들 틈에서 배식을 받고, 손수 머그잔에 커피를 타 마시며 참모들과 격의없이 토론한다.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에 대한 긍정적 평가 때문일까.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기업의 회장들도 주민이나 사원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불필요한 의전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관련기관이나 업체를 방문할 때 직원들이 도열하는 관행도 줄어들었다. 어느 단체장은 취임식 때 앞줄에 장애인, 다문화가정, 노인, 환경미화원을 앉게 하고 자신은 뒷줄에 앉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취임만 하면 상전으로 군림하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역사적으로 탈권위의 대표적 인물은 부처님이었다. 그분은 작은 나라의 왕자로 태어났으면서도 떨어진 옷을 입었다. 밥 한 끼 보시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합장을 했고, 신분에 따른 사람차별을 하지 않았다. 잘난 척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고, 겸손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때로는 겸손의 상징인 가사가 권위의 상징이 된 적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더 많은 스님들은 부처님의 삶을 전범삼아 헛된 권위의식을 버리고 더 깊숙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래서 큰스님이 되었다. 승단은 이런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는 공동체였다. 

[불교신문3433호/2018년10월20일자] 

홍사성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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