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드러내는 부정의 논리는 
중생의 집착을 끊기 위한 것… 
긍정 논리는 중생이 알아야 할 
부처님 지혜 보여주기 위한 것

부처님 가르침을 드러내기 위해 선가에서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논리와 모든 것을 긍정하는 논리를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이 장에서 대주스님은 모든 것을 부정하는 논리로 볼 수 있는 불생불멸을, 부정하는 자리에서 긍정의 도리를 드러내는 중도의 논리로 흥미진진하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원문번역: 문) 경(經)에서 말하는 ‘불생불멸(不生不滅)’에서 어떤 법이 ‘불생’이며 어떤 법이 ‘불멸’입니까? 답) 나쁜 법이 안 생기는 것은 ‘불생’이요 좋은 법(善法)만 남아 없어지지 않는 것이 ‘불멸’이다. 문) 어떤 것이 좋은 법이며 어떤 것이 나쁜 법입니까? 답) 나쁜 법이란 ‘번뇌가 있는 마음’이요 좋은 법이란 ‘번뇌가 없는 마음’이다. 번뇌만 없다면 나쁜 법은 생겨나지 않는다. 헛된 생각이 없고 번뇌가 없을 때는 마음이 맑고 깨끗하다. 그 마음은 오롯이 밝아 늘 맑고 고요하며 언제나 그 자리를 옮기지 않으니, 이를 일러 ‘좋은 법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불생불멸이다. 

강설: 불교에서 진리를 드러내는 부정의 논리는 중생의 잘못된 집착을 끊어주기 위한 것이고, 긍정의 논리는 중생이 알아야 할 부처님의 지혜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부정의 논리로 진실을 제외한 나머지 잘못된 모든 것을 가려내 부처님 마음을 드러내고, 긍정의 논리로 진실의 본바탕을 바로 가리켜 드러내는 것이지요. 

깊고 오묘한 우리의 참된 성품을 부정의 논리로 설파한 것을 보면, 생겨나는 것도 아니요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더러운 것도 아니요 깨끗한 것도 아닌 ‘불구부정(不垢不淨)’도 부정의 논리이며, 인(因)도 없고 과(果)도 없다는 ‘무인무과(無因無果)’, 범부도 아니요 성인도 아닌 ‘비범비성(非凡非聖)’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부정함으로써 진실이 아닌 법의 자취를 남김없이 쓸어버려 중생의 온갖 잘못된 생각을 끊어 없애려는 것입니다. 

반대로 온갖 잘못된 생각이 사라지고 나서 드러난 올바른 지견인 깨달음의 빛으로 세상을 환히 비추는 지견각조(知見覺照), 세상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비추어 아는 신령스런 지혜의 광명인 영감광명(靈鑑光明), 밝고 맑아 환하게 비추는 부처님의 지혜인 낭랑소소(朗朗昭昭) 그리고 숨김이 없고 당당한 부처님의 지혜로 번뇌가 없는 고요한 마음인 당당적적(堂堂寂寂) 등은 모두 긍정의 논리로 부처님 지혜를 표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반야심경>이나 <금강경>의 뜻을 잘못 이해한 사람들은 부정의 논리만 깊은 도리로 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직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닌 것(非心非佛), 할 일도 없고 집착할 어떤 경계도 없는 것(無爲無相), 나아가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공(空)만을 종지로 삼아 중시하는 경향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말만 오묘한 진리로 삼고는 거기서 공부를 멈추는 것입니다. 공의 도리를 잘못 이해한 이런 사람은 대개 세상사를 냉소적이고 부정적으로 보는 일이 많아져 ‘오롯하게 밝은 부처님의 삶’과 멀어지게 됩니다. 

선가의 쌍차쌍조에서 말하는 부정과 긍정은, 부정임과 동시에 긍정이면서 긍정임과 동시에 부정입니다. 자칫 부정의 논리라고만 생각할 수 있는 불생불멸을, 대주스님은 쌍차쌍조의 입장에서 “나쁜 법이 안 생기는 것은 ‘불생’이요 좋은 법이(善法) 없어지지 않는 것은 ‘불멸’이다”라고 재미나게 풀이 하고 있습니다. 곧 ‘나쁜 법이 안 생긴다는 것’은 ‘좋은 법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 말은 부정 속에 긍정의 논리가 있고 긍정 속에 부정의 논리가 있는 중도사상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담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불교신문3431호/2018년10월13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삽화=손정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