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지난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불교계도 또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다. 남북 정상이 적대관계 종식 등을 합의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더 가까워지자 남북 불교교류도 곧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특히 이번 문 대통령의 방북에 불교계 대표 특별수행원으로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원택스님이 평양에 동행하며 주목받았다. 

원택스님은 지난 1일 교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방북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며 평화의 분위기가 형성됐던 생생한 2박3일간 소감을 전했다. 당연히 기자들의 관심도 북측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측 인사들과 접촉 여부 등 남북 불교교류 활성화 분야로 쏟아졌다. 그러나 “이번 방북기간 동안 조불련과의 논의는 없었다”는 답변이 나오자 부푼 기대감이 조금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10월13일은 북측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 11주년을 맞는 날이다. 이에 민추본은 조불련 측에 방문 요청 서신을 보냈지만 아직 회신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북한은 현재 국가의 명운을 걸고 한국과 미국과 관계 진전이라는 큰 그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민간교류 분야엔 신경을 못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교계뿐만 아니라 모든 민간단체들이 막혀있다. 이쯤 되면 실무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민추본 본부장 원택스님은 4ㆍ27 판문점 선언 이후 만나는 스님마다 “평양엔 언제 가느냐”는 질문에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조급하게 일을 서두르면 그르치기 마련이다. 올 초부터 시작된 평화의 흐름 속에 지금도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불교계 또한 오랜만에 부처님오신날과 8ㆍ15 남북 공동발원문을 낭독하며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땐 작은 걸음일수도 있지만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민추본을 비롯해 종단 내 유관단체들이 폐사지 발굴 및 복원, 관광사업 등을 착실히 준비 중이다. 재촉할 필요는 없다. 때를 기다리면 되는 법이다. 빨리 끓었다 식는 ‘양은냄비’보다 속도는 더디더라도 오랜 시간 온기를 유지하는 ‘뚝배기’가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하다.

[불교신문3431호/2018년10월13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