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구제 위해 무엇이든 다하겠다

차별심 완전히 떠나 존재하는 
모든 학문 기술 등도 다 익혀 
중생교화 방편 삼을 수 있어야 

십지(十地)의 첫 번째는 기쁨에 넘치는 환희지(歡喜地)다. 보살이 수행할 때 항상 선근공덕을 깊이 심고 모든 행을 잘 닦아 도를 돕는 법을 잘 챙기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는 청정한 법을 원만히 이루면 광대한 지혜를 내어 보살의 지위인 환희지에 든다. 환희지에 드는 이유는 오로지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다. 일체 중생의 의지처가 된다는 기쁜 마음으로 환희지에 들면 모든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지고 열 가지 큰 원(願)을 성취하게 되니 행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십주, 십행, 십회향을 마치고 십지의 초지인 환희지에 들기 전엔 이런 공포의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차하면 순식간에 장애를 만나 환희가 아닌 절망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니 보살은 불퇴전의 용맹심이 환희심과 함께 해야 성불도. 행복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혹 이런 장애가 다가오면 항상 보시로 중생을 교화하는 보시섭과 보시 바라밀로 선근공덕을 지으면 장애는 극복된다. 환희지에서 자신의 안락함만이 존재한다면 대승의 보살정신을 어기는 것이다. 일체 중생을 위한 의지처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니 언제나 큰 자비심으로 중생을 위한 마음자리를 지니고 있는 것이 초지(初地) 환희지 수행입니다.

두 번째는 번뇌를 때를 벗는 이구지(離垢地)다. 몸으로 하는 살생, 투도, 사음과 입으로 하는 망어, 기어, 양설, 악구와 생각으로 하는 탐·진·치를 청정하게 하는 10선업도(善業道)를 실천하고 사섭법 가운데 애어섭과 육바라밀의 지계바라밀, 특히 대승의 계율인 삼취정계(三聚淨戒)로 모든 번뇌의 때를 벗는 지위로 이구지(離垢地)라 한다. 모든 번뇌의 때와 온갖 잘못과 허물의 때를 떠나는 경지로 십바라밀에서 청정한 계율을 주연바라밀로 하고 나머지 아홉바라밀을 조연바라밀로 하여 수행하는 단계다. 

세 번째는 지혜의 광명이 나타나는 발광지(發光地)다. 중생계의 모습을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切皆苦)의 삼법인을 관하고 이행섭, 인욕바라밀로 수행할 때, 지혜의 광명이 나타나는 지위가 바로 발광지(發光地)다. 보살은 원력을 지니고 삶의 모든 현장을 잘 관찰하고 안목을 부처님과 같이 지니고자 노력해야 한다. 원력은 일체 중생을 위한 이타심을 통해 자신을 낮추고 다스려 나갈 때 빛이 나는 법이다. 이제 지혜의 광명이 서서히 깜빡이기 시작한다. 지혜의 워밍업이 시작된 것이다. 보살은 발광지에서 모든 존재의 실상을 파악하여 중생을 가련하게 여겨, 제도할 원과 방편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네 번째는 지혜가 매우 치성한 염혜지(焰慧地)다. 보살이 이 염혜지에 머물면 지혜로써 여래의 가문에 태어난다. 염혜지는 발광지에서 반짝이기 시작한 지혜의 빛이 더욱 그 밝음을 더해가는 경지로 지혜로써 번뇌를 태우는 곳이다. 번뇌를 제거하려면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선정이 제일인데 이 경지에 들어가기 위해선 열 가지 세계의 관찰이 필요하고, 그 이후에는 세밀한 관찰에 근거한 정진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소승법의 수행법인 37조도품을 닦으라 하지만, 수행하는 이유를 들어 항상 모두가 함께 열반의 기쁨을 얻으려하는 대승의 자세임을 보여주고 있다. 동사섭으로 수행을 권한다.

다섯 번째는 위험한 중생들을 구제하여 해탈시키기 위한 난승지(難勝地)다. 사성제, 선정바라밀로 진리의 세계(眞諦)와 중생의 세계(俗諦)를 조화하여 매우 이기기 어려운 지위에 획득하니 난승지(難勝地)다. 초지 환희지에서 5지 난승지까지는 보살의 수행방법과 그 결과에 대해 설하고 있습니다. 4지 염혜지에서 번뇌를 끊어내고 무명의 어두운 길을 넘어서 중생을 위한 자비를 실천하는데 가장 넘기 어려운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으로 십지 중에서 난승지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난승지의 기본조건은 중생교화를 위해서라면 보살은 무엇이든 다해 하겠다는 의욕을 지니는 것이다. 즉, 평등한 마음을 내고 차별심을 완전히 떠나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학문, 기술, 예술의 세계에 대해서도 다 익혀서 중생교화 방편으로 삼는 것이 바로 자리이타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며 이렇게 함으로써 보살의 실천기반이 확고해지는 경지다.

[불교신문3426호/2018년9월22일자] 

원욱스님 서울 반야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