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소 문

근래 우리 불교의 낯 뜨겁고 험난한 상황처럼, 올 여름 더위는 어느 해의 더위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고 뜨겁고 힘든 여름이었습니다.

며칠 전 불어 닥친 태풍이 그동안의 힘겨운 더위와 가뭄을 씻어 갔듯이, 오늘의 ‘참회와 성찰’ 종단안정을 위한 교권수호대회가 힘찬 태풍이 되어, 저희 종단의 갈등과 어려움이 말끔히 해소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조계사의 안정을 바라는 신도입니다. 조계사 신도회 사무처 사무총장이라는 소임을 맡고 있으면서, 사무처 식구들과 사중의 여러 봉사단체들과 함께, 아침부터 저녁까지 묵묵히 조계사의 빈곳을 메꾸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지극히 평범한 불자입니다.

저는 지난 100여 일 동안, 조계사 도량이 이렇게 훼손된 적을 본적이 없습니다. 불자라고 하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대웅전에서 난동을 부리고, 일주문 앞에서 조계사 스님들을 향해 처사라고 모욕을 주며, 온갖 혹세무민의 선동적인 글과 말로 조계사를 찾는 불자님들과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더욱이 안타까운 일은, 수능시험을 앞두고 있는 아들, 딸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많은 수험생 부모님들의 간절한 마음을, 고인이 되신 부모, 형제, 자매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품고 백중기도를 올리시는 후손들의 애절한 마음을, 또한 연꽃축제를 찾아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자 방문한 시민들의 소박한 마음을 마구 짓밟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또한 지난 100여 일 동안, 1700년 한국불교를 이렇게 무참하게 망가뜨리는 것도 본 적이 없습니다. 자신들과 뜻을 함께하지 않는 스님이라는 이유로, SNS상에 표현하기 민망한 원색적인 욕설과 비난을 퍼붓고, 확인되지 않은 거짓 정보를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묵묵히 소임을 보는 우리 조계사 신도와 스님들의 신행활동마저도 저급한 신행으로, 썩은 쓰레기로 무차별적으로 조롱했습니다.

우리절 조계사는, 한국불교를 상징하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총본산입니다. 우리절 조계사는, 일제 강점기인 1910년 각황사로 창건된 이래, 1939년 태고사로, 해방 후 1953년 조계사로, 그 이름을 바꾸어가면서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조계종풍의 회복과 자주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한국불교를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이에 저희 조계사 사부대중은, 한국불교의 총본산인 조계사가 소통과 화합, 평화의 장으로서의 위상을 흔들림 없이 지켜갈 수 있길 염원합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에게는 한국불교의 문화와 우수성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고, 시민들에게는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도심 속의 힐링 명소가 되며, 불자들에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만나고 절차탁마하는 소중한 기도와 수행의 도량으로서 그 역할을 여법하게 이어갈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종단개혁이라는 미명의 탈을 쓰고 굿판을 벌인 그분들이, 그동안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죄를 참회하고, 더 늦기 전에 자신을 성찰하여, 종단 안정과 한국불교 중흥에 한 마음, 한 뜻으로 동참할 것을 호소합니다.

이제라도 부처님의 참된 제자의 본분으로 돌아가, 불교를 훼손하는 언행을 즉각 중단하고,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교권을 수호하며 불조혜명을 받들어 부처님의 한량없는 은혜에 보답할 것을 호소합니다.

앞으로 저희 조계사 사부대중은, 종단이 안정되고 조계종지를 선양하는 그날까지, 부처님의 든든한 갑옷이 되고, 마군을 항복받는 호법신장의 강하고 바른 검이 되어 정진 또 정진하겠습니다.

불기2562년 8월 26일
조계사 신도회 사무총장 혜명심 김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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