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오늘 저는 성찰과 서원의 마음으로 함께하신 종도와 불자 여러분 앞에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와 국민 모두의 앞에 서 있는 것과 다름이 없어, 마음 어느 곳 할 것 없이 매우 엄숙합니다. 그만큼 참회의 무게가 당장 짊어진 무게와 같아 한량이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종단이 처한 위중함의 원인이 우리 공동체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결과 종도와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수행자에게 바라던 기대와 희망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무거운 마음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한국불교 1700년의 세월동안 수많은 갈등과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국불교의 정신을 관통하고 있는 대자비심과 원융회통의 가르침이 살아 있었기에 오늘날의 한국불교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과거가 없었다면 현재의 시간마저 존재할 수 없는 것이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불은에 보답하는 삶과 나와 이웃의 행복을 위하겠다는 다짐이 현시대를 정진하는 불제자의 자세여야 합니다. 이를 철저히 지켜나가기 위해 따뜻한 격려와 무거운 조언마저도 매서운 경책으로 새겨듣겠습니다.

비록 오늘의 현실이 신뢰의 바탕을 흔들고 있지만, 한국불교는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켜온 오랜 전통 위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깨달음을 향해 치열한 정진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제방의 많은 수행자들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며 부처님의 삶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불제자들이 있기에 외롭지 않습니다.

지역 곳곳에서 어떻게 이웃과 함께하고 있는지 서로가 채근하는 것으로 나태함을 깨뜨리고, 어떠함으로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고 현재의 시간을 조화롭게 이루어 가는지 살펴나갈 것입니다. 마땅히 욕망과 집착에 머무르지 않고 비우고 내려놓으라는 가르침을 사회적 실천의 지남으로 삼겠습니다. 그곳이 바로 우리가 서 있어야 할 자리라 여기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시비와 분별을 내려놓고 위중한 상황을 극복하는 탁마와 정진으로 세상을 밝히는 길에서 머뭇거리지 않겠습니다. 그러하기에 지금은 비록 아프지만 한국불교가 오늘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길을 반드시 열어 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놓지 않고 지켜봐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우리 종단의 청정한 변화를 위해서 서로가 발 딛고 있는 위치에서 한걸음씩 뒤로 물러나 인내하고 양보하는 넉넉한 품으로, 갈라진 서로의 마음을 개혁과 혁신으로 따뜻하게 보듬어 나가겠습니다. 그 길만이 우리 종단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뚜렷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종단은 하루속히 안정과 화합의 제자리를 찾아 사회와 국민의 모든 일상의 걱정들을 거두고, 희망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언제나처럼 한국불교와 우리 종단에 변함없는 애정과 신뢰, 그리고 응원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불기2562(2018)년 8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권한대행 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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