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행 사

삼보 전에 지극한 예를 올립니다.

오늘 사부대중 모두가 일심으로 함께하신 것은 우리가 불제자이자 서로가 도반임을 깨닫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함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큰 즐거움은 부처님 법을 배우고 따르는 것입니다. 부처님 법을 찬탄하며 희열과 행복을 느꼈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그 힘으로 극복해 왔습니다.

지금 세상 사람들은 내홍을 겪고 있는 우리 종단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후손들에게 시방세계 처처(處處)가 부처님 땅이며, 그 땅을 예경하고 그 속에서 불은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마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서 있는 나무들처럼 앙상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참회합니다. 불교를 걱정하게 한 잘못, 부끄러운 민낯을 보인 잘못, 부처님 가르침대로 행하지 못한 잘못에 대해 수행자로서 그리고, 종단의 소임자로서 소납부터 깊이 참회합니다. 국민과 종도들이 얼마나 염려하고 있는지, 또 소임자들에 대해 얼마나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국민과 종도 여러분,

우리는 깊이 성찰할 것입니다. 부처님 법대로 살아왔는지,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길러왔는지, 정법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지 우리는 뼈를 깎는 자세로 조고각하(照顧脚下)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짐을 이 자리에서 엄숙하게 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아픔을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참회와 성찰을 통해 공동체정신을 되찾아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 1700년 불교역사가 말해주듯이 온갖 고난 속에서도 불법은 여여하게 지켜져 왔으며, 지금의 혼란 역시 훗날 불교발전의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일로매진해야 하겠습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지금 다른 한편에서는 종법질서를 지키자는 종도들의 뜻을 외면한 집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에 동조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잊고 있는 듯합니다. 부처님 법을 배우고 실천하겠다고 서원한 불제자라면 불교를 비방하고 자주권을 훼손하는 일을 해서는 안됩니다. 인드라망의 세상 속에서 우리는 한 가닥의 그물에 불과하며, 그물의 어느 한 곳을 해치는 것은 곧 자신을 해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종정예하께서는 지난 8월8일 ‘자성과 용서로써 불교중흥의 대장정에 동참하고, 외부세력의 관여는 부당하니 조고참회와 교권수호를 통해 불은에 보답하라’고 교시를 내리셨습니다. 시비가 있고 저마다의 주장이 있지만, 종도 모두는 교시에 따라 화합·상생·안정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이는 종도로서의 도리이자 의무이며, 불제자로서의 길이기도 합니다.

또한 종헌종법 질서 안에서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불교는 그 자체로 존엄하고 우리에게 불법은 견줄 데 없이 수승합니다. 외부세력에 기대고 의존하는 어떠한 변명도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진리의 숨결을 불어넣어 준 부처님 법을 따르겠다는 서원과 실천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다소 더딜 수도 있습니다. 조금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우리가 인내해야 할 과정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불교가 되도록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다시 정진해야 합니다. 여기 모인 우리부터 불퇴전의 각오로 다시 시작합시다. 조계종의 모든 종도들께서도 함께 지혜를 모아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불기2562(2018)년 8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원행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