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애 불교여성개발원 생명존중운동본부장

임정애 교수.

서울 유일 연명의료의향서 기관 등록
불자 위한 임종 마련 지침서 제작도

“윤회 사상을 믿는 불자라면 이 생과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이 다음 생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죽는 순간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가 중요한 거죠. 부처님 제자인 우리는 적어도 허둥지둥대다 죽지는 말아야하지 않겠어요? 부처님 자비광명을 생각하며 준비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인생을 헛되이 보내는 게 아니라 생각하니까요.”

불교여성개발원 산하 생명존중운동본부 초대 본부장인 임정애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지난 3월 취임 후부터 ‘웰다잉’ 교육과 상담 인력 양성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로부터 전국 80여 개 불과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지정 기관 중 서울 지역 유일한 불교계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월 전면 시행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본격적 활동에 나선지 이제 반년, 그간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133명에게 받았고 17명 봉사자를 길러냈다.

‘생명 살리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그녀가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 스스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기 때문이다. 40대 중반 병마와 싸우며 생과 작별을 준비하던 그녀는 3년 기도에 들어갈 정도로 독실한 불자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 ‘개종’이라는 단어가 어른거렸다.

“많이 흔들렸어요. 아프다보니 타 종교인들이 하는 말에 혹하게 되더라구요. 부처님께서는 인간의 삶이 생로병사(生老病死)라 하셨는데, 막상 아파보니 불교가 ‘생’에 비해 ‘로병사’에 대해서는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때 생각했죠. ‘웰다잉’이라 하는데 그럼 우리는 부처님 제자답게 어떻게 잘 죽어야 할까? 그리고 극락으로 가는 죽음을 위해 나부터 뭔가 직접 행동해볼 순 없을까.”

다짐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병이 차도를 보인 뒤 호스피스 완화의료 관련 교육부터 들었다. 불교여성개발원에 ‘웰다잉운동본부’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2012년부터 교육위원장 등을 맡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생명존중운동본부를 새로 만들며 적극적 추진에 들어갔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아요. 하지만 회피하기 급급하죠. 심리학자 퀴블로 로스는 죽음을 5단계(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로 구분했는데 우리는 그 다음 단계인 ‘희망’으로 나아가지 못하죠. 죽음에도 희망이 있어요. 무의미한 치료에 매달리다 고통 중에 세상을 뜨는 것, 별다른 임종 준비 없이 떠나는 것,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그녀가 주장하는 것은 ‘극락으로 가는 죽음’. 인광대사 ‘임종삼대요’에 따은 ‘웰다잉’이다. “임종시에 세 가지를 지켜야 해요. 임종하는 사람이 고통 등 일체 만사를 잊고 일심으로 안심할 수 있도록 염불하게 하는 것, 주변 사람이 염불을 함께 함으로써 염불심을 돕는 것, 망인이 고통을 느낄 수 있으니 비통하게 울지 말 것 등이요.”

부모님 돌아가실 때도 ‘임종삼대요’에 따라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그녀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단 한번도 곡을 하지 않았어요. <금강경>을 외고 광명진언을 해드렸죠. 부처님은 생즉사라 하셨잖아요. 인간으로 태어나기 어렵다 하는데 이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 살았으니 얼마나 즐거워요. 인간이기 때문에 도업도 완성시킬 수 있는 걸요. 불자라면 죽어서 극락에 가 호의호식 할 것을 생각할 게 아니라 죽어서도 부처님 법 배울 걸 생각하며 기뻐해야죠.”

임정애 교수는 부처님 자비 광명 속 호스피스 완화 치료에 대한 불교계 관심을 위해 ‘불교 관점에서 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설명과 지침’도 별도로 만들었다. 조계사, 불광사 등 각 사찰과 연계해 불자라면 어디서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상담사 교육에도 앞장이다. 오는 9월엔 ‘돌아가는 길 나의 등불(가제)’이라는 제목으로 불자 의사 8명과 함께 쓴 웰다잉 책도 세상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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