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가 총무원장 설정스님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종회의원 75명 전원이 참석해 가결에 필요한 50명을 넘긴 5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22일 열리는 원로회의가 종회 결의를 인준하면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총무원장 직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된다. 

1994년 현행 법률로 개정된 후 재임 중 총무원장이 불신임 받아 중도 하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현직 총무원장이 불신임 받는 상황에 이른 것은 매우 안타깝고 충격이다. 이 상황에 이르기 전에 총무원장 스님과 중앙종회가 만나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없었는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현행 종헌이 불신임 절차와 요건만 규정돼 있고 사유는 적시 하지 않아 총무원장 스님이 어떤 이유로 불신임에 이르렀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총무원장 불신임은 대통령 탄핵에 비교할 수 있는데, 오랜 시간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거치는 대통령 탄핵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정확한 탄핵 사유와 이에 대한 활발한 토론, 공격과 방어 등의 과정이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보고 의아한 심정을 숨길 수 없다. 아마 이같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고 꼼꼼히 챙기지 않아 생긴 법률 미비로 보인다. 향후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총무원장 불신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상황이다. 일부 재가단체와 스님들이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전부터 여러 의혹을 제기했었지만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유력 후보나 총무원장을 향한 음해 비난은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였던 데다 설정스님이 인품과 수행력 등에서 제방의 존경을 받는 선승이었기 때문이다. 경허 만공으로 이어지는 우리 종단의 선종 가풍을 잇는 적장자인 덕숭총림 방장이 의혹에 연루될 리 없다는 굳은 신뢰도 있었다. 이러한 믿음과 신뢰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래서 우리 종도들은 총무원장 스님을 둘러싼 의혹 보다는 그 의혹을 명확하고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불찰과 업무 미숙이 불신임에 이른 원인이라고 본다. 종단을 공격하는 방송이 몇 차례 전파를 타면서 스님들 위신이 추락한데다 폭염에 40일간의 단식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설조스님을 살려야한다는 세간의 여론이 들끓어 누군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도 불신임에 이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불신임이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탓하는 책임 추궁이 아니라 오랜 세월 쌓인 구습이 만든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이번 종단 상황과 별도로 향후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습을 고치는 개혁과 설정스님이 받을 상처를 최소화하는 종단차원의 배려를 당부한다.

초유의 총무원장 불신임은 앞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불신임 결의를 부정하는데서 나아가 종회해산까지 주장하는 세력도 있어 자칫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종헌종법에 따라 신속하게 남은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혼란을 수습하고 종단 안정과 화합을 이루는 첩경이다.

[불교신문3417호/2018년8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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