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大 교수, 북경서 열린 국제포럼서 논문 발표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불교 배격됐던 유교영향 사회에
거사중심으로 법회 열어 연구한
‘제중감로’ 생명평등 사상 ‘조명’

유교가 한국사회를 지배하던 조선시대 후기에 불교를 수행하는 재가 거사모임이 정기적으로 법회를 열어 연구한 내용을 책으로 편찬했으며 그 내용도 유교적 가치를 배격하고 불교적 시각으로 생명존중 사상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지난 12일 한국과 일본 중국의 종교학자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 북경대 종교연구원에서에 열린 ‘2018 아시아 종교포럼’에서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가 ‘<관세음보살묘응시현제중감로(觀世音菩薩妙應示現濟衆甘露)>에 나타난 생명존중사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살폈다.

<제중감로>는 조선시대 말기인 고종9년(1872) 무렵, 관음신앙을 주축으로 하는 일군의 재가불자 수행결사(修行結社) 모임인 묘련사(妙連社)에서 편찬한 책이다.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에 의하면 “1872년 11월에 <법화경>을 중심으로 하는 결사의 법우들이 삼각산 감로암(서울 동대문 인근으로 추정)에서 정진법회를 열고, 관음보살의 성호를 염하면서 상서로운 감응을 기다렸다. 이로부터 4년에 걸쳐 일곱 군데서 법단을 열고, 열한 번에 걸쳐 대중을 위해 설법을 했다. 이러한 내용을 모아 편집한 책이 관세음보살묘응시현제중감로다. 이 때가 1877년경이다.”라고 전한다.

차 교수는 논문에서 “<제중감로> ‘십종원신품’에서는 공덕문에 들어가는 세 가지 중 원신공덕의 10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그 중 다섯 번째 방법인 원방생신(圓放生信) 대목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설명했다.

“범인(凡人)이 자식과 손자를 사랑하는 것은 얼마나 진실하고 간절한가? 범인의 자식들이 부모를 위하는 것은 얼마나 진실하고 간절한가? 이러한 이치가 진실하고 간절한 것은 단지 人性에서만 물려받는 것은 아니다. 태생(胎生), 난생(卵生), 습생(濕生), 화생(化生)이나 날거나 달리거나 꿈틀거리거나 움직이는 것(飛走蠢動) 등에는 조금도 증감이 없으니 원만하지 않은 것이 없다. 다만 지우에 사람과 차이가 있으며, 강약이 사람과 다를 뿐이다.”

차 교수는 이 대목을 인용하며 “어떠한 형태의 생명체든 생명의 본질적 존엄성이란 차원에서 존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제육 원계살실(圓戒殺信) 대목에서도 생명존중 사상이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범인의 마음은 본래부터 청정하여 걸리적거릴 물건이 없다. 육식(六識)을 부려 육진(六塵)에 집착하니 기욕(嗜欲)이 학(壑)과 같고, 증애(憎愛)가 물과 같다. 이러하기 때문에 일념(一念) 사이에 삼도(三途)에 출몰하니, 여기에 태어나 저기에서 죽으며 몸으로 구류(九類)를 받는다. 갑자기 생겨나서 죽음으로 돌아가니 육취(六趣)를 벗어나지 않는다. 부모는 누구이고 형제는 누구이며 인척(姻戚)은 누구이고 종족은 누구인가? 전도된 업의 바다에서 영원히 벗어날 기약이 없구나. 다행히 불력을 입어서 다시 사람 몸을 얻었으니 결단코 회광반조(廻光返照)하여 마음을 자비의 경계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차 교수는 위의 인용문을 언급하며 “인용문에서는 먼저 불교의 윤회사상에 입각해 함부로 죽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윤회의 세계에선 오늘의 내가 다음의 무엇으로 태어날지 알 수 없다. 각각의 업력에 따라 육도를 윤회한다는 것이 불교의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차 교수는 “태어나는 존재의 다양한 형태를 구종의 부류로 설명하며 그것을 인용문에서는 구류라 표현하고 있다”며 “바로 태(胎), 란(卵), 습(濕), 화(化), 유색(有色), 무색(無色), 유상(有想), 무상(無想), 비유상비무상(非有想非無想)”이라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특히 “생명에 대한 존귀함과 평등을 강조하는 내용은 <능가경>이나 <사분율>, <범망경> 등과 상통하며 이러한 경전들은 전통적으로 동북아불교권에서 중요시했던 경전들이지만 <제중감로>에서는 화엄과 선사상의 논리적 토대 위에서 법화사상이나 관음신앙을 융합해 이해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법화사상과 연계해 <제중감로>를 설명한 차 교수는 “일체 존재를 보살의 화신이라 간주하고 대소사를 여래의 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그 논리적 바탕은 불성론에 의거하며 불성론에 의거해 많은 사람들에게 수기를 주고 있다”며 “수기를 준다는 것은 구원의 보편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법화사상의 특징을 독자적으로 이해한 결과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불교전서’에 들어 있는 <관세음보살묘응시현제중감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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