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기 쉬운 빛

이갑숙 지음/ 얘기꾼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을 역임한 청도 운문사 회주 명성스님이 불교문학 진흥을 위해 제정한 ‘제2회 법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이갑숙 작가의 장편소설 <꺼지기 쉬운 빛>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불교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던 주인공이 친구와 아내를 잃고 정신적으로 방황하다 사찰을 순례하며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아 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삶의 빛을 발견하기까지 지난한 여정을 거쳐 마침내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지켜가는 서사로 기존 불교소설의 유형화를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와 더불어 이 책은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인생 후반에 들어선 한 저자가 써 내려간 자기 고백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글쓰기 교육 한번 받아본 적 없는 작가는 5년간 공을 들였고, 그 결과는 법계문학상이라는 작지 않은 무게의 영예로 돌아왔다.

저자는 “유년을 가난이 찌든 더께였다”고 회상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고,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두 친구와의 우정은 어그러져 돌이킬 수 없는 오해와 질투로 변질됐다. 세속적 욕망과 비루함으로 무장한 채 살기 위해 달려왔던 길을 이제야 뒤돌아본다. 그것은 “무명 속을 헤매던 어둠의 세계였다. 더 이상 미래는 없어보였고, 주변이 온통 어둠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다 그는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다. 자신이 누구이고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끝없이 찾아다니던 가운데 먼 나라로 떠난 트레킹에서 드디어 한줄기 빛을 발견한다. “짙은 안개를 뚫고 한줄기 빛이 내리비치더니 안개 너머로 잉카의 유적이 드디어 속살을 드러냈다. 아, 순간적으로 울림이 왔다. 숨이 멎었다. 생각이 멎고 마음이 정지되는 무념의 순간이었다. 깨달음이라기엔 너무 얕은, 그러나 어떤 알아차림이 한줄기 빛과 함께 내게 다가왔다. 맑고 투명한 빛이었다. 해맑은 어린아이의 눈빛 같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빛이었다.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났다.”

저자가 찾은 빛은 순수한 상태로 모든 것이 분별심으로 갈라지기 이전의 원초적 상태의 빛이었다. 원래 우리 안에 있었던 태초의 빛, 무명을 벗겨내는 지혜의 빛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비로소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때문에 그는 “순간의 빛이지만 그 빛을 본 사람과 보지 못한 사람의 삶은 다르다”면서 “인생은 빛을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며,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깨달음의 빛을 향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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