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어떤 언니에게 사성제란 고통을 여의는 네 가지 거룩한 살핌으로, 가장 중요한 불교 가르침 가운데 하나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사성제가 뭐예요?

고집멸도…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을 넘어서는데 없어선 
안 될 네 가지 깨우침이야 

A  사성제에 나오는 ‘고집멸도’라는 말은 네가 말했듯이 살아가면서 겪는 괴로움을 넘어서는데 없어서는 안 될 네 가지 깨우침이야. 먼저 ‘고제’는 불편이나 불안과 같은 괴로움을 하나로 묶어서 고통이라고 하는 거야. ‘집제’는 괴로움이 일어나는 까닭을 뚜렷하게 아는 걸 일컬어. ‘집’은 괴로움이 여러 가지가 얽히고설켜 일어난다는 거야. ‘멸제’는 괴로움이 일어나는 까닭을 헤아려 괴로움이 사라지도록 하는 것을 가리켜. ‘도제’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에 이르도록 하는 여덟 가지 바른 슬기로움을 일컫지.

올여름은 더운 기록을 두루 갈아치울 만큼 유난히 더워서 너나들이 괴로워하고 있어. 이게 ‘고제’ 괴로움 살핌이야. 우리가 괴로워하는 이 더위가 어디서 오는지를 비롯해 더운 까닭을 헤아려 짚으려고 괴로운 까닭을 두루 살피는 걸 ‘집제’라고 해. 더위는 어디서 오며 어째서 왔을까? 우리는 더워서 힘이 드는데, 더워서 좋다는 것들은 없을까? 더운 가운데서도 벌과 나비는 꽃에 있는 꿀을 따고, 풀과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 벌과 나비, 풀과 나무는 더위가 좋지 않을까? 곡식과 과일을 먹고 살아가야하는 우리, 더위가 괴롭기만 할까? 다시 말하지만 ‘집제’는 이 괴로움이 어디서 오는지를 여러 가지로 살펴 헤아림이야. 

더위가 오는 까닭을 알기만 해도 여름나기가 좀 쉬워. ‘멸제’는 까닭을 알아 괴로움이 사라지는 살핌이야. ‘나를 살리는 더위구나’하고 아니까 기꺼이 땡볕에 나가서 김을 매고 밭을 일굴 수도 있다는 얘기지. 그렇다고 해서 괴로움이 가시지는 않아. 곡식을 무르익도록 해주는 더위라고 해서 무조건 버텨내려고만 해도 괜찮을까? 일사병에 걸려 곡식을 거두기도 전에 죽고 말 수도 있어. 그래서 사람들은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고, 원두막을 만들어 들어가 쉬면서 우물에 담가두었던 수박을 쪼개어 먹거나 차가운 물로 등목을 하면서 더위를 달래. 요즘에는 선풍기나 에어컨 따위를 만들어 더위를 식히기도 하잖아. 밀어닥치는 더위를 없앨 수는 없으나 내가 겪는 더위는 가라앉힐 수는 있다는 얘기야. ‘도제’, 더위가 오는 까닭을 여덟 가지 바른 슬기로운 눈길로 살펴 참답게 더위가 주는 고마움을 헤아리고, 마침내 더위를 달래면서 마음 놓을 수 있게 되지. 

[불교신문3414호/2018년8월11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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