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을 치켜세우는 행위”를 “생색(生色) 낸다”라고 한다. 그러나 생색이라는 말은 본래 산스크리트어 자타루파(jta-rpa)의 번역어로 불교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생색은 ‘가공하지 않는 본래의 색’을 의미하는데 금색(金色)을 말하고, ‘생색과 비슷한 색’이라는 의미의 사색(似色)은 은색(銀色)을 뜻한다. 금과 은은 각자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귀하거나 천한 것은 아니다. 다만 희소성과 선호도, 분별심 등이 작용하여 사람들이 금을 더 귀하게 생각하여 금색을 강조하였을 뿐이다. 

중국어에서의 생색은 “여성의 미모가 빛을 더하다, 광채를 더하다, 자리를 더욱 빛내다”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같은 단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중국에서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언어가 지니는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말의 중요성과 가치는 습관적인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느냐의 여부이다. 

최근 불교계에서 여러 가지 일들로 평지풍파가 일어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적폐청산이라고 말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이와같은 문제해결 방식은 누가 금색이고 누가 은색인가를 다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론몰이를 하기 보다는 냉정하게 사실 여부를 가리고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불교는 전통적으로 이견과 갈등을 해결하는 화쟁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화쟁은 누가 이기고 지는가의 승패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현재의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서로가 이익되고 향상과 발전의 길을 찾을 수 있는가를 논의하는 것이다. 화쟁은 생색과 사색을 넘어서 갈등을 지혜롭게 수습함으로써 올바른 성불의 길을 찾는 과정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평지풍파도 필요하지만 그 바람에 발우가 내던져 깨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410호/2018년7월21일자] 

김응철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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