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천궁이 가장 빛나는 순간

준비된 이에게 기회가 오듯 
부처님께서 마니보배장엄전
보련화장사자좌에 안으시니 
대중 모두 머물 처소 같아져

야마천은 불교의 우주관을 설명하는 2만8000 가운데 욕계의 6000 중 3번째 하늘이다. 수미산 정상 도리천 위에 있는데 야마천, 수야마천, 염마천이라고도 부른다. 이 하늘은 욕망이 있는 욕계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의 욕망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비유하자면 이곳의 신들은 음욕이라는 욕망이 있지만 아주 조금만 있기 때문에 포옹하는 정도의 음욕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도 자신의 욕망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부처님이 직접 자신들을 찾아오시길 기원하며 정진하고 있었으니 준비된 이들에게 기회가 오듯 부처님이 야마천궁을 향하여 떠나신 것은 이런 인연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일체 보리수나무 아래와 수미산 산정을 떠나지 않으시고 저 야마천궁의 보배로 장엄한 궁전을 향해 떠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야마천궁으로 오시는 모습을 보고 야마천왕은 환희심으로 신통력을 발휘해 야마천궁 안에 보련화장사자좌를 만드는 일에 착수한다. 물론 신통력으로 뚝딱하고 만들 수 있었겠지만 이 의자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규모의 의자가 아니다. 그 높이만도 100만 층이니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간 건물, 마천루 같은 의자였다. 서울에 전 세계 고층건물 가운데 5위에 빛나는 랜드마크가 있다. 송파에 있는 123층 555.7m의 롯데월드 타워가 바로 마천루인 셈인데 바로 보련화장사자좌가 이렇게 크다는 말이다. 하늘세계니까 높이 1000만m의 의자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엄청난 의자에 아름다운 꽃과 황금그물과 꽃으로 장식된 멋진 휘장들이 백만 개씩 장식되어 있는데 하늘 신들조차 처음 보는 황홀한 광경이었다.

사자좌만 100만으로 장엄한 것이 아니라. 광명도, 야마천왕도, 범천왕도, 보살도, 다 100만씩 모였다. 잔치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과 음식이니 황홀한 음악이 온갖 구름과 햇살광명 속을 헤치며 우주전체로 퍼져나갔다. 부처님오신날 온 세상이 연등축제와 아름다운 음악과 빛나는 광명과 꽃 속에서 설법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정말 지금 이 순간에 부처님이 우리 곁으로 오신다면 우리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최상의 장엄을 준비할 것이다. 야마천왕도 그런 마음으로, 능력이 되니까 100만 가지의 장엄을 한 것이다. 야마천의 신들의 선근과 복덕으로 충분히 그렇게 한 것이다. 

이날은 그들의 발원과 서원이 성취된 부처님오신날이었다. “야마천왕이 사자좌를 차려놓고 부처님을 향하여 허리를 굽혀 합장하며 공경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부처님께 말씀드립니다.” “세존이시여, 잘 오셨습니다. 선서시여, 잘 오셨습니다. 여래정등각이시여. 원컨대 오직 저희를 연민의 마음으로 안타까이 여기시사 이곳에 머물러 계시옵소서.”

그때 불현듯 야마천왕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이 곳 야마천에 그동안 다녀가셨던 부처님들이 모두 생각났다. 온 우주법계에 유명한 명칭여래, 세간의 등불이신 보왕여래, 보는 것에 걸림 없으신 희목여래, 세상을 밝게 비추시는 연등여래, 세간에 진리의 가르침으로 이익을 베푸시는 요익여래, 스승을 섬긴 일 없이 깨달으신 선각여래, 태양과 같이 온 세상에 밝게 비추는 진리의 등불이신 승천여래, 논리의 왕이신 무거여래,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여러 가지 덕을 구족하신 무승여래, 난행고행으로 부처님의 능력을 쌓고 세간을 이롭게 하시는 고행여래를 큰 목소리로 불렀다. 

이 10분의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이 야마천은 너무도 수승하고 복된 곳이라 이 모든 부처님들이 과거 억겁에 걸쳐 다녀가셨음을 느끼자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석가모니부처님이 계신 지금 이 순간은 야마천궁이 가장 빛나는 순간임을 알았다. 드디어 부처님이 마니보배장엄전의 보련화장사자좌에 결가부좌하고 앉으시니 그 전각이 홀연히 넓어져서 하늘대중들이 모두 머물 수 있는 처소와 같아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불교신문3408호/2018년7월14일자] 

원욱스님 서울 반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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