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입구 모습. 적폐청산시민연대가 개최한 촛불집회에 참가한 대불련 동문행동 회원이 정치적 문구가 가득 담긴 종이를 들고 소란을 피우고 있다.

종단의 적폐청산과 한국불교의 개혁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불자들의 성스러운 신행공간인 대웅전까지 쳐들어왔다. 이들은 과격한 정치적 주장을 쏟아내며 주말 조계사를 찾은 참배객들을 내쫓았다.

지난 14일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가 개최한 ‘사부대중 토요 촛불집회’에 참여한 ‘대불련 동문행동(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소속 80년대 동문을 중심으로 구성된 조직)’ 회원 10여 명은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또 다시 마찰을 일으켰다.

이들은 촛불집회 시작 전인 오후4시30분 경 ‘대불련 동문행동’ 명의로 ‘집단폭행 안하기’ ‘원정도박 안하기’ 등의 문구가 적혀있는 종이를 들고 대웅전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고온 종이 뒷면에는 촛불집회 때 사용하는 '조계종 개혁가' '재가불자 출정가' '이젠 나가 주세요' 등 종단의 일부 스님들을 비방하고 조롱하는 노래의 가사가 적혀있었다.

적폐청산시민연대, 토요집회 앞서
대불련동문행동 회원 대웅전 난입
“정치행위 하지 마라” 요청에
큰 소리로 스님 욕하며 난동

조계사 “또다시 용납하지 않을 것”
도량 훼손에 강력대응 천명

이에 조계사 종무원들이 “이곳은 다른 불자들이 기도정진하고 있으니 정치적 행위를 하지 마시고 밖에 나가달라”고 정중히 부탁했지만 “불자로서 참배하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이내 대웅전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나자 정진 중인 일반 불자들에게 쫓겨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웅전 입구에서 상황을 정리하던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였다.

지난 14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입구 모습. 적폐청산시민연대가 개최한 촛불집회에 참가한 대불련 동문행동 회원이 법당에서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는 행동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고 있다. 그 피해는 일반 시민과 불자들에게 고스란히 가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 7일 열린 토요 촛불집회에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이날 조계사 청년회 법회가 열리는 대웅전에 들어온 대불련 동문행동 회원 10여 명은 ‘설정 원장 퇴진, 자승 전 원장 구속’ ‘중앙종회 해산’ 등의 구호가 적힌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었다. 일부 스님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문구도 있었다. 이들은 마찬가지로 “정치적 의도가 드러나는 문구를 떼고 정진하시라”는 조계사 관계자들의 요청을 뿌리치고 대웅전 안팎에서 난동을 벌여 조계사를 방문한 많은 일반시민들과 불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불자로서 참배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게 들어있는 행위를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대웅전을 비롯한 도량에서 벌이는 게 올바른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주말을 맞아 기도정진하고 있던 일반 참배객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가고 있다는 점이다.

조계사 측은 더 이상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고 강력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은 “불순한 의도를 드러내며 조계사 대웅전을 자기들 세력화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대불련 동문행동의 행태는 비겁하고 추악했다”며 “불자로서 기본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불교개혁과 종단 쇄신을 외치고 행동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조계사 대웅전에서 기도하는 분들을 볼모로 자기들의 정치적이고 탐욕스러운 상황을 거침없이 자행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또 다시 부처님 도량이 타 종교의 ‘땅밟기운동’처럼 일방적으로 밟히거나 훼손당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시 조계사 대웅전에 참배하러 간다며 난입을 시도하는 적폐청산시민연대 촛불집회 참가자들. 경찰이 막아서며 몸싸움중이다.
또 다시 조계사 대웅전에 참배하러 간다며 난입을 시도하는 적폐청산시민연대 촛불집회 참가자들. 경찰이 막아서며 몸싸움중이다.

한편 이날 열린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7·14 토요 촛불집회에는 25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채 열렸다. 집회 후 행진에 이어 우정공원에 집결한 인원은 조계사 대웅전에 참배하러 간다며 난입을 시도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병력이 대거 투입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경찰 측과 적폐청산 연대 측의 몸싸움과 실랑이가 곳곳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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