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等從今離世尊     저희들 지금부터 세존을 여의었으니 

沒苦無能見救護     고통에 빠져도 능히 구호해 주실 이 볼 수 없네. 

哀哉哀哉大聖尊     슬프고, 슬프도다. 크고 성스러운 존자이시여, 

方今長別何由見    이제부터 긴 이별이니 무슨 수로 뵐까요? 

- <대반열반경후분> ‘성구확윤품’ 중에서

무산(오현) 스님 다비식 할 때 나는 밭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 가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더랬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다비식을 지켜볼 텐데 그 인파에 끼는 일이 싱겁고 맥 빠질 것 같기도 해서 밭에서 풀이나 뽑자고 마음을 먹었더랬다. 자기를 놓아버리는 일에는 풀이나 불이나 다를 게 뭐 있겠나 싶었다. 그 스님은 불 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풀 속으로 들어간 것뿐이다.

땀에 젖은 면 속옷이 살에 감기면서 쭉 찢어졌다. 모기가 또 얼굴을 물어 눈두덩이 퉁퉁 부었다. 호미가 손에서 자꾸 미끄러졌다. 뻐꾸기 소리는 디딜방아를 찧는 중이었다. 다음 생은 어디에 뿌리를 내릴지 나는 아직 정하지 못하였는데, 오현스님은 잘 가셨을 거라고 여기니 오다 만 바람만 허허로웠다. 그래서 찬물 한 바가지 목구멍에 쏟아 붓고 그늘에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디서 왔는지 노랑나비 한 마리 나풀나풀 머리 위를 맴돌다 갔다. 갈 곳을 왜 굳이 찾으려하느냐 말하는 것 같았다.

[불교신문3399호/2018년6월13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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