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이라도 부처님을 만나본 사람들은 그 인격적 향기를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부처님은 강고한 계급제도를 부정하고, 온갖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잡아준 분이었다. 외도들의 모함과 시기에도 너그럽기만 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훌륭할 수 있을까. 어쩌면 오랜 세월동안 공덕을 쌓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존경과 믿음은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 점점 신화화되었다. 여러 가지 민간설화는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로 전화(轉化)되었고, 연등불에게 수기를 받은 이래 3아승지겁 동안 갖가지 보살행을 닦아 성불했다는 본생설화로 발전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이야기 547가지를 모아놓은 경전이 <본생경>이다. 이에 따르면 부처님은 과거세에 보살로서 인행(忍行)을 닦을 때 인간은 물론 천신, 조류, 물고기, 짐승, 심지어는 곤충으로 태어나면서 갖가지 선행을 닦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널리 회자되는 본생담은 제12화 ‘사슴왕 이야기’ 제316화 ‘토끼의 전생’ 제407화 ‘큰 원숭이의 전생’ 등이다. 기원전 2세기경 건립한 바르후트 대탑 난간에는 이런 본생담들이 부조돼 있다. 

본생담을 집성한 경전으로는 <육도집경>도 유명하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등 육바라밀로 분류된 항목에는 91종의 본생담이 수록돼 있다. 사슴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해 자기 허벅지 살을 베어주었다는 ‘시비왕 본생’은 생명의 등가성을 일깨워준 설화로 유명하다. 이밖에도 <현우경> <찬집백연경> <비유경> 같은 경전은 부처님과 그 제자들의 전생설화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본생담은 우리가 매순간 겪는 모든 사건을 다 수행의 계기로 삼을 것을 교훈한다. 수행은 어느 날 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부처님도 아픔과 분노를 참으며 아승지겁을 수행했다. 그러니 요행 같은 건 바라지 말고 오직 불행의 원인(三毒)을 조금이라도 줄여나가라는 것이다. 지금 이런저런 일로 힘든가? 부처님은 이 세상에 오셔서 우리보다 훨씬 더한 고통과 번뇌를 극복한 끝에 진정한 행복(涅槃)을 성취했음을 기억하자.

[불교신문3394호/2018년5월19일자] 

홍사성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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