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환수된 봉은사 시왕도

6.25전쟁 전후로 해외로 유출됐던 봉은사 시왕도가 60여년 만에 돌아왔다.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스님)는 지난 16일 시왕도 환수공개식 및 고불법회를 봉행했다.

봉은사 시왕도는 1777년 서울 경기지역에서 활동했던 인종(印宗), 영인(永印), 도준(道俊)스님이 화승으로 참여해 조성됐는데, 모두 4폭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환수된 불화는 명부의 제2대왕, 제4대왕이 그려진 것으로, 1950년~1960년대 국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면크기가 세로 114.8cm 가로 148.3cm이며, 장황과 화기는 소실됐다.

봉은사 시왕도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지난 4월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경매시장 모니터링 중 발견했는데, 당시에는 장황과 화기가 훼손돼 어느 사찰에 봉안됐는지 알 수 없었다. 종단이 동시기에 조성된 시왕도를 비교한 결과 봉은사 시왕도 4폭 가운데 한 폭임을 확인하고 봉은사와 조계종 문화부,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해당 성보의 정밀 조사 및 환수를 위해 환수 추진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지난 4월24일(현지시간 오전 10시)에 미국에서 진행된 경매에 참여해 낙찰 받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환수한 시왕도 크기와 구도, 형식, 양식 등으로 보아 동국대 박물관 소장 ‘봉은사 시왕도’ 2점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시왕도’ 1점까지 4폭을 일습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수된 시왕도에는 제2대왕과 제4대왕이 표현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소장 ‘시왕도’는 환수 성보와 동일한 형식으로 1대왕, 제3대왕을 그렸다. 동국대학교박물관 소장 ‘봉은사 시왕도’는 한 폭에 각각 3존 대왕이 그려져 있다. 제5대왕, 제7대왕, 제9대왕이 봉안된 한 폭과 제6대왕, 제8대왕, 제10대왕이 그려진 한 폭 등 2폭이 전해진다. 화기도 남아있어 이번 환수 성보의 원봉안처를 찾는 기준이 됐다. 동국대박물관 소장 시왕도에는 건륭 42년(1777)에 인종, 수밀, 영인, 도준, 상훈스님이 삼장보살도와 2점의 사자도를 봉은사에 조성했다는 기록도 있다.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은 “이번에 시왕도가 환수됨으로써 1777년에 봉은사에서 조성된 4폭의 <시왕도>와 10존의 대왕이 반세기만에 국내에 온전히 갖춰지게 됐다”며 “이번 환수를 계기로 봉은사를 떠나 동국대 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나머지 시왕도가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봉은사는 이날 오후2시 경내에서 신도들과 함께 시왕도 귀환 고불식을 봉행했다.

봉은사 시왕도 중 마주보는 초강대왕과 오관대왕.

 

봉은사 시왕도 중 제4오관대왕이 주관하는 확탕지옥.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봉은사 시왕도 환수공개식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봉은사 시왕도 환수공개식에는 봉은사 신도들도 함께 했다.
봉은사 시왕도를 이운하는 모습.
봉은사에서 열린 환수 고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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