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혜암

혜암선사문화진흥회 엮음/ 김영사

조계종 10대 종정 역임한
한국불교 대표하는 대선사

탄신 100주년 앞둔 가운데
불제자 25인의 회고록 출간

스승의 삶과 가르침 재조명
“혜암스님 선양사업에 최선”

사단법인 혜암선사문화진흥회가 스승의 탄신 100주년을 앞두고 그 가르침을 재조명한 회고록 <스승 혜암>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고령에도 해인사 선원에서 대중과 함께 정진하는 혜암스님.

“강철 같은 수행자 큰스님께서 제일 강조하신 말씀은 ‘공부하다 죽어라’입니다. 금생에 공부를 끝내면 좋지만, 그렇지 못해도 죽을힘을 다해공부하면 내생에는 그 인연으로 더 빨리 공부를 마칠 수 있다는 뜻으로 ‘공부하다 죽어라’를 강조하셨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계종 제10대 종정을 역임하며 서릿발 같은 가르침으로 일생을 사부대중을 이끈 종단의 큰 혜암당 성관대종사(1920~2001). 조계종 법계위원장 종진스님의 회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님의 가르침 “공부하다 죽어라”는 현재까지도 후학에게 경책이자 당부로 깊게 새겨져 있다. 이런 가운데 혜암대종사문도회가 만든 사단법인 혜암선사문화진흥회가 스승의 탄신 100주년을 2년 앞두고 그 가르침을 재조명한 회고록 <스승 혜암>을 선보여 주목된다. 스님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그 올곧은 삶을 직접 목격한 제자 및 대덕 스님들과 재가자 등 25인이 선방은 물론 깊숙한 숲 속 암자부터 대중이 모인 강당에 이르기까지, 어른의 발자취를 따라 조각조각 기억을 모았다.

조계종 종정, 원로회의 의장, 해인총림 방장 등을 역임한 혜암스님은 성철스님, 법정스님에 이어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선사로 꼽힌다. 봉암사 결사부터 1994년 종단개혁, 1998년 분규 해결 등 종단 역사의 현장에서도 항상 중심을 잡았다. 특히 하루에 한 끼만을 먹는 ‘일일일식(一日一食)’, 평생토록 눕지 않고 정진하는 ‘장좌불와(長座不臥)’를 실천하며 고행정진으로 참선수행에 몰두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대쪽처럼 곧고 서릿발처럼 날카로운 성품의 혜암스님은 평소 다섯 가지 엄격한 가르침을 강조했다. “공부하다 죽어라.” “밥을 많이 먹지 말라.” “안으로 공부하고 남을 도우라.” “주지의 소임을 맡지 말라.” “일의일발(一衣一鉢)로 청빈하게 살라.” 등 이러한 스님의 가르침은 여전히 모든 불자의 수행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때문에 가까이에 있던 제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혜암스님의 큰 가르침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큰스님만 장좌불와와 일종식을 하셔서 저희가 참 면목이 없었어요. 스승은 정진하는데 제자들은 잠을 자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해요. 그래도 차츰차츰 강도를 높여 큰스님과 함께 용맹정진을 한 것은 잘한 일 같습니다.” (강진 백련사 회주 여연스님)

이처럼 혜암스님은 호랑이 같이 엄하면서도 자비로움으로 후학을 이끄는 어른의 면모를 갖췄다는 것이 제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후학들의 정진을 위해전 재산을 털어 난방 시설을 설치하기도 하고, 빵을 먹고 싶다는 학인들의 농담 섞인 한마디에 숲 속 암자에서 한달음에 내려가 빵을 사오기도 했다. 또 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신도에게는 주저 없이 전 재산을 내어주는 등 출재가자를 막론하고 진정한 자비를 실천했다.

반면 강자에게는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이며 불교의 자존감을 지켜냈다. “어린 사미 스님들이 산을 지키다 군인들한테 혼나고 얻어맞는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결국에는 혜암 큰스님께서 군인들을 호통 쳐 혼내고 관련 부대까지 찾아가 벌목을 못하게 하셨습니다. 큰스님의 당당함은 언제 어디서나 멋이 있었습니다.” (혜인총림 방장 사서실장 능혜스님) 어린 사미 스님들을 때렸던 군인들뿐만 아니라 당시 실세 권력자로 통하던 장관이나 국회의원, 주한미국대사 할 것 없이 그가 누구든 잘못된 행동을 보이면 가차 없이 호통을 쳤다. 이 책의 인터뷰 진행과 원고 정리를 맡은 유철주 작가는 “현대불교사에서 혜암스님처럼 간절함과 당당함을 가진 수행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큰스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일에 마음을 더 보태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혜암선사문학진흥회는 지난 7일 해인총림 해인사 원당암 달마선원에서 <스승 혜암>의 출간 봉정식을 봉행했다. 이날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은 “혜암스님의 탄신 100주년을 즈음해 나온 스승의 수행정신을 되새기는 회고록이 발간돼 감회가 새롭다”면서 “앞으로 참 공부인의 사표인 스님의 선양을 위한 여러 불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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