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행진 마무리한 조계사 밤거리

“엄마, 비 많이 와. 집에 가자.” “가만 좀 있어봐. 이거 돈 주고도 못 보는 거야.”

지혜와 자비의 화신(化身)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는 연등의 행렬이 종각사거리에 들어섰다. 하루 종일 내린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연등을 들고 거리를 누비는 불자들의 얼굴에 어두운 낯빛은 없었다.

오후 7시 흥인지문에서 출발한 10만 연등행렬은 8시20분 무렵 조계사가 위치한 우정국로 앞까지 진입했다. 각계각층 남녀노소가 가득 메운 종로의 밤거리는 깊고 풍성했다.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셨어요.” 대로 안의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자 대로 밖의 사람들은 격려의 박수로 화답했다. 빗물과 땀이 뒤섞인 우비 속의 얼굴은 자못 힘들어보였다. 그래서 느끼는 것이 예년보다 더 많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가 내린 탓인지 구경하는 인파는 평소보다 상당히 줄었다. 하지만 동그란 눈으로 연신 카메라를 찍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관심은 마찬가지였다. 김현녕 씨(서울 은평구․66)는 “믿고 있는 종교를 떠나 해마다 5월이면 조계사를 자주 찾게 된다”며 “빗속에서도 환한 연등처럼 불교가 우리 사회를 언제나 꿋꿋하게 선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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