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육원 연수차 들른 중동
모든 발길 광명 터전으로 만들어 
무명을 지혜로 바꾸고 믿음 다져
가슴마다 보리의 씨앗 심는 기회

교육원이 주최하는 승려 해외연수 6번째 행사에 동참했다. 해마다 이 연수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유는 나와 너의 문화, 더 나아가서 국가와 국가 간의 문명 등 다양함을 경험하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배움의 터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수교육에는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의 탄생지인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 유적지를 돌았다. 13시간의 비행시간이 녹녹치는 않았지만 다른 종교의 문명과 가르침을 배우는 한편 부처님 가르침을 더 단단하게 새긴 기회여서 힘든 줄을 몰랐다.

맨 먼저 들른 이집트에서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라미드를 보고 그동안 갖고 있던 이웃종교에 대한 편견이 눈 녹 듯 사라졌다. ‘제왕의 무덤’은 큰 울림을 주었다. 20년 동안 무게 700만 톤 에 이르는 230만개의 돌을 이용해 146m 높이로 쌓는 일은 사람의 육체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파라오가 전지전능한 신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들은 힘을 내고 역경을 이겨냈을 것이다. 국토 전역과 박물관 까지 파라오들의 무덤으로 산재한 이집트는 인간의 궁극적인 희망에 관해 들려주는 듯 했다. 그들이 믿는 신과 함께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꿈꾸며 현실의 고달픔을 견뎌내는 힘을 피라미를 통해 얻는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요르단에서는 사막에 꽃 피운 붉은 바위왕국 페트라를 보았다. 해발 950m 고원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바위 틈새에 세운 이 도시에 남은 유적은 경탄을 자아냈다. 자연이 만들어낸 협곡 시크를 인간은 아름답고 신비한 도시로 장식했다. 계곡은 그래서 고대로 가는 통로였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는 예수가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은 제1지점에서 14지점인 골고다 언덕의 성묘까지, 십자가의 길을 만날 수 있었다. 그 길은 살아있는 성경이었다. 

긴 시간과 사막의 거친 환경에서도 9박11일 간 여정을 함께 한 52명의 순례단은 승랍 나이 종교의 벽을 넘어 하나가 되었다. 모두 지혜와 자비가 충만한 수행자였기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앞섰다. 성서의 땅이었지만, 우리는 본분을 놓치지 않고 버스 안에서 기도 올리고 발원문을 낭독 하였다. 순례단 한 명 한 명이 ‘살아있는 부처님’이라 생각하며 써서 새벽예불 때 마다 올린 발원문이다. 

“거룩하시어라//대한불교조계종 52명의 성지 순례 단 이시여/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중해 동녘/성서의 땅은 온통 회색빛 이였습니다.//하지만 /순간순간 마주하는 것은/ 동서양의 조화뿐 아니라/ 고대문명과 함께 /현대가 숨쉬는/이웃종교의 찬란한 6000년의 역사였습니다.//우리/ 순례 단을 이끌어 주시는/ 지도 법사이신 혜국 큰스님은/ 이 땅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에 대하여/ 가슴이 떨리고 다리가 떨린다고 표현을 하셨습니다./ 그 떨림의 세계는 /이번 순례단 /개개인에게 던지는 화두였습니다./ 중생교화를 위해/ ‘둘이 가지 말라, 물소의 뿔처럼 혼자가라’는 /세존의 구도 선언,/‘혼자가지 말라,/ 셋이 가라’는 /이웃종교의 구도선언의 답은/분명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 순례단이/ 행하는 모든 발길/ 광명의 터전으로 만들어 /어리석음을 지혜로 바꾸고/ 이룰 수 없음을 /해낼 수 있도록/ 힘과 힘을 만들어 주는/ 믿음을 주는 시간입니다.// 거룩하신 순례 단이시여,/ 발원하옵나이다./수행자라는 개개인의 존엄함,/ 창조의 주인임을 사무치게 깨달게 하는/ 이 인연공덕으로/ 삶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고/ 자기존재를 자각하고 세상을 밝게 보는 눈을 뜨게 하소서/그리하여 /가슴마다 보리의 씨앗을 심어/ 성불의 열매를 맺도록 하소서. 

[불교신문3387호/2018년4월25일자] 

정운스님 논설위원·보령 세원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