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에서 댓글 조작에 관련된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고, 정치세력들은 이에 매몰되어 깊은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 정권에서 저질러진 국정농단 사건과 군부대를 동원한 여론 조작의 적폐가 청산되기도 전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댓글 조작과 여론 왜곡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숫타니파타>의 ‘폭력을 휘두르는 자에 대한 경’에서는 “동요 없는 지혜로운 님에게는 어떠한 유위적 조작도 없으니, 그는 유위적인 조작의 노력에서 벗어나 모든 곳에서 안온을 본다”라고 설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유위적 조작’이 바로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상의 여론 왜곡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위적 조작에 빠져드는 사람은 질투하고, 탐내고, 동요하고, 공평하지 않고,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존재들이다.

고요하고, 관대하고, 얻거나 잃는 것이 없는 사람은 결코 유위적인 여론 조작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론을 조작하여 일시적으로 비난을 피하거나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곧 그것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과 돈, 명예 등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사람일수록 내려놓고 포기하기 보다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일시적인 여론 조성이나,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조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을 만큼 충분히 어리석기 때문이다.

부질없는 욕망의 노예가 된 사람들이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사실을 왜곡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을 결국 파멸로 이끄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행위들은 삼독의 화살을 날려 서로를 반목하고 폭력을 휘두르게 하고 이 화살을 맞은 사람은 폭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사이버 상에서 추구했던 직접민주주의가 위기로 가고 있다.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고도정보사회의 장점이 조작과 왜곡으로 인해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제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왜곡된 현상을 직시하고 진위와 옥석을 가려내는 밝은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불교신문3387호/2018년4월25일자] 

김응철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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