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피해갈 수 없는 호르몬 변화 

매사 사소한 일에도 쉽게 예민해지고 짜증이 난다. 가족은 물론 부하직원에게도 짜증스럽게 대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마다 ‘내가 왜 이러지?’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수시로 분노가 치솟는다. 봄을 타는 건가? 아니다. 우울감과 무기력, 여기에 성욕 저하까지 더해진다면, 한번쯤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40~50대 남성 절반 이상
갱년기 증후군 겪기 마련

쉽게 예민해지고 짜증나면
우울증 외 갱년기 의심해야

화사하게 핀 꽃, 솔솔 부는 바람에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한 봄 날씨지만 기분이 도무지 나아지질 않는다. 매사 사소한 일에도 쉽게 예민해지고 짜증이 난다. 가족은 물론 부하직원에게도 짜증스럽게 대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마다 ‘내가 왜 이러지?’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수시로 분노가 치솟는다. 여자도 아닌데 봄을 타는 건가? 아니다. 우울감과 무기력, 여기에 성욕 저하까지 더해진다면, 한번쯤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갱년기는 찾아온다. 폐경으로 신체에 급격한 변화를 느끼는 여성보다 쉽게 느끼지 못할 뿐이다. 남성의 호르몬과 신체는 의외로 여성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한다. 갱년기가 찾아왔다는 걸 알지 못하는 남성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성갱년기(Andropause)를 '중년에 접어든 남성의 활동성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는 시기'로 정의하고 있다. 보통 남자가 40세를 넘기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줄어드는데 이때 호르몬 부족으로 성욕감퇴, 근력·기력 감소, 우울증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한남성과학회지가 발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57%, 50대의 68%가 이 갱년기 증후군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청년보다 세련된 외모, 재력, 매너까지 겸비해 ‘꽃중년’이라 불리는 40~50대 중년 남성도 일정 시기가 지나고 나면 이 갱년기 증후군을 피해갈 수 없는 셈이다.

갱년기가 찾아오면 남성도 여성 이상으로 힘들다. 기운이 떨어지거나 무기력, 우울감, 짜증을 자주 느끼게 되며, 성욕이 감퇴하거나 성 기능이 부쩍 떨어지게 된다. 뱃살은 늘어나고 근육은 줄어든다. 병에 걸려도 잘 낫지 않는다. 심하면 불면증, 탈모나 골다공증 등의 증상도 생긴다.

심리적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사소한 일에 예민해지거나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도 생긴다. 우울한 기분이 들면서 삶의 목적과 방향이 사라지고 소외감, 집중력 저하, 건망증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성적인 부분이다. 성적 욕구가 감소하고 성 행위에 대한 불안을 갖게 되면서 남자로서의 자신감이 뚝 떨어지는 현상을 겪게 된다.

남성 갱년기는 여성과 달리 신체적 특징을 발견할 수 없어 진단이 쉽지 않다. 간혹 단순한 우울증으로 진단받기도 하는데, 갱년기 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설문지와 전문의 진찰을 통해 증상과 상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다. 이후 혈액 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갱년기는 적절히 관리하면 극복할 수 있다.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장은 갱년기 극복 방법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을 것, 삶에 활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질 것,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넓힐 것 등을 제안한다. 김동일 원장은 “남성은 20대 이후 노화가 시작되면서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전반에 걸쳐 감퇴할 수밖에 없다”며 “호르몬 변화 뿐 아니라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으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데서 나타나는 위축감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스쿼트, 계단오르기 등을 통해 척추를 지탱하는 두 신체 부위 근육을 단련하면, 자세도 좋아질 뿐 아니라 전립선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내분비 및 생식기능을 돕는 인삼, 홍삼, 마늘과 부추 등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육식과 오신채를 금하고 참선 등으로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스님의 경우에는 삼이나 마, 버섯 등을 섭취해 부족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하체 근육을 꾸준히 길러주는 운동을 생활화해야 한다. 김 원장은 “명상이나 기도로 심리적 통제가 가능한 스님이라 할지라도 신체적 호르몬 변화는 피해갈 수 없다”며 “스님의 특성상 단백질 부족이나 골다공증에 자주 걸리는 경우가 많아 특히 하체 운동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갱년기 증후군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 감정이 자주 변하고 몸도 예전 같지 않지만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소싯적 마음으로 활기차게 살아보자. 꽃중년 별 거 있나. 몸은 잘 따라주지 않아도 아직 마음만은 말랑말랑한 ‘이팔청춘’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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