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의 역사는 ‘개종(改宗)의 역사’다. 불교가 인도사회에 급격하게 세력을 확장한 것은 외도를 믿던 사람들을 부처님의 제자로 개종시킨 결과였다. 사리불, 목건련, 마하가섭 등 이른바 십대제자들은 모두 외도를 따르던 사람들이었다. 부처님은 이들을 교화시켜 초기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했다. 경전은 부처님이 어떻게 이들을 설득하고 개종시켰던가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서양으로 건너간 불교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도승들은 오랫동안 다른 종교를 믿어온 사람들을 교화해 불자로 만들고 있다. 프랑스나 영국, 미국 등에서 백인불자의 폭발적 증가는 그만큼 불교로 개종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정은 정반대다. 한국사회에서 불교는 오래 전에 소수종교로 전락했다. 수많은 불교도가 은근슬쩍 개종열차를 타고 떠나갔다. 원인은 교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도 같은 일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외도들의 공격적 선교에 대응하려면 신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처럼 집토끼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내일은 암담해진다. 이와 함께 초기불교시대처럼 이교도들을 개종시키는 전법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더 많이 늘리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줄어드는 만큼 채우겠다는 결의가 필요하다. 

불교계가 운영하는 병원이나 학교, 복지시설, 나아가 종무기관까지 이교도에게 개방하는 것도 방법이다. 불교도만 뽑겠다고 형식뿐인 수계증명서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누구든 불교도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비합리적 저급한 신앙은 고급한 종교를 만나면 햇볕 쬔 눈처럼 녹기 마련이다. 적어도 이런 자신감과 품을 가져야 오늘의 열세를 딛고 더 큰 종교로 발전해갈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웃지 말자. ‘위대한 종교’인 불교가 설득 못할 대상은 없다. 이교도들을 개종시킬 실력이 있어야 빛나는 불교사를 쓸 수 있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전제된다. ‘불교가 불교답게’ 바로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신문3386호/2018년4월21일자] 

홍사성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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