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수행자가 되고 싶은가

‘일체유심조’ 얻는 ‘선용기심’ 
삼업에서 지혜롭게 사는 법 
보살서원행 141게송 일러줘

제11 정행품은 보살이 부처님의 지혜광명 에너지를 잘 받아서 어떻게 수행하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답으로 청정한 수행, 즉 정행(淨行)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청정한 신심을 낸 다음에 부처님이 되기 위한 여러 가지 실천수행을 통해 맑고 품격 높은 수행자가 되는 길을 자세하게 들려주고 있다. 수행자인 보살이 신구의(身口意) 3업으로 탐진치(貪瞋痴) 3독심에 중독돼 있을 때 해독하는 계정혜(戒定慧) 3학 수행을 알려주고 있다. 

중생이 욕망에 중독되었을 때 단순 치유용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며 또 예방법이기도 한 마음을 잘 쓰라는 선용기심(善用其心)이 정행품에 등장한다. 삶에 지친 사람이 이 말을 듣거나, 글로 본다면 마치 흘러간 세월 속에서 그 때 있었던 일들을 부처님이 다 아시고 보시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일상에서 선용기심을 잘해서 성숙해지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경지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지수보살이 문수보살에게 묻는다.

“불자여,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어떻게 해야 신구의 삼업이 과실이 없으며, 서로 해치지 않으며, 훼손하지 않으며, 아름답고 우아하며, 행복한 장소에서 태어나며, 자비롭고 명예로운 부모와 권속들 사이에서 출생할 수 있을까요?”

문수보살이 그 문제에 대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보살의 서원행을 141개의 게송으로 일러준다. 아무나 고품격의 삶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조차 피나는 노력을 하며 주어진 삶에 만족하기 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불퇴전의 정진을 하는 수행자만이 진정한 수행자가 되기 때문이다. 흔히 불교적 사고방식이 천천히 느리게, 욕망을 절제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한정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진하는 수행자는 목숨을 걸고 수행해야 비로소 중생이 보살수행자가 되고 마침내는 부처님이 되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아주 작은 것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문수보살이 말씀한다.

“불자야, 만약 모든 보살이 그 마음을 잘 쓰면(善用其心) 곧 온갖 수승하고 묘한 공덕을 얻어서 모든 부처님 법에 마음이 걸림이 없으며, 과거 미래 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도에 머물게 되며, 중생 곁에 항상 머물러 그들을 저버리지 않으며, 저 모든 법의 모양을 다 능히 통달하며, 모든 악을 끊고 모든 선을 구족하며, 응당 보현보살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되며, 일체 행원이 모두 구족하여 일체 법에 자유자재하며 중생들에게는 부처님 다음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보살이 집에 있을 때에는 항상 이와 같이 원하라. ‘중생이 집의 성품이 공한 줄을 알아서 그 집으로 인해 핍박받지 않게 하소서.’

높은 빌딩이나 누각에 오를 때에는 항상 이와 같이 원하라. ‘중생들이 정법의 누각에 올라 모든 것을 한 눈에 꿰뚫어 보게 하소서.’ 

만약 보시하는 일이 있을 때에는 항상 이와 같이 원하라. ‘중생들이 보시한 상을 모두 버리고 마음에 애착이 없어지게 하소서.’ 

액난을 만날 때에는 항상 이와 같이 원하라. ‘중생이 뜻에 따라 항상 자유로워 어디를 가나 막힘이 없게 하여 주소서.’ 

괴로워하는 사람을 볼 때에는 이와 같이 원하라. ‘중생들이 항상 근본지를 얻어서 모든 고통이 사라지게 해주소서.’ 

병든 사람을 만났을 때는 이와 같이 원하라. ‘중생들이 육신이 공적함을 알고 어기거나 다투지 않고 마음에 평온을 얻게 하소서.’ 

경(經)을 읽을 때에는 이와 같이 원하라. ‘중생이 부처님이 설하신 가르침을 따르고 모두 기억해 잊어버리지 않게 해 주소서.’ 

부처님을 뵐 때는 이와 같이 원하라. ‘중생들이 걸림 없는 눈을 얻어 만나는 모든 이들을 부처님처럼 볼 수 있게 해 주소서.’ 

[불교신문3386호/2018년4월21일자] 

원욱스님 서울 반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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