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잎이 흩날리던 자리에 라일락도 제법 향기를 품어내고 흰목단도 기운차게 대지를 곧 뚫고 나올 기세다. 때가 되어 알아서 올라오는 생명들에 감탄한다. 우리들도 꽃들처럼 나무처럼 매년 이렇게 거듭나고 있는 것일까? 어찌 보면 우리는 타조 같다. 자기를 만나기 두려워 혹은 진실을 직면하기 두려워 어두운 구멍에 머리만 쳐 박고 큰 몸둥이는 하늘에 대고 있는. 진실은 맥박이 쿵쾅쿵쾅 뛰고 피가 기운차게 돌고 대지에 발을 딛고 있는 살아가는 존재인데, 그 직면을 피하기 위해 관념의 세계에 의지하는 면에서 타조와 닮아 있다.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버릇해서 그것이 더 자연스러워서 습관 홀릭이 되었다는 걸 자각 못하고 그게 사는 건 줄로 착각하여 그것만을 되풀이하다 죽으면 어쩌나? 사람마다 기본적인 패턴이 있다. 그 패턴이 반복된다. 늘 다른 상황인데도 그 패턴으로 해석되고, 하던 식으로 대응된다. 그러하니 삶은 지루하고 똑같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매순간 다르다는 진실을 알기는 알지만 패턴으로, 일괄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현재는 놓쳐지고 과거가 펼쳐진다. 반복되는 꿈! 계속 다른 대상과 목적을 잡아보고 드라마틱한 재미를 추구해보지만 헛헛함을 피할 수 없다. 왜? 패턴 안에 있기 때문이다. 

꿈은 꿈일 뿐이다. 그 꿈속의 일이라는 걸 일별하는 일, 아 세상은 이렇게 생겨나는 거구나 삶은 이렇게 업력의 발전소가 돌아가는 거구나. 나는 현재를 완전히 놓치고 있었구나 …. 자각하는 것만이 꿈에서 깨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자신을 보는 것이다. 송두리째 빼앗겼던 마음을 보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보는 일이다. 욕구에 마음을 죄다 빼앗겼었다는 걸 일별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쓸 마음이 없었다는 걸 가슴 치며 후회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 참회이리라. 

[불교신문3386호/2018년4월21일자] 

 

선우스님 서울 금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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