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아름다운 전통 탁발
무소유와 자비공덕 일깨워

종단차원서 그 정신 되살려
세상 경책하는 죽비 되었으면

불교는 아름다운 전통이 많다. 그 중 탁발(托鉢)은 특별한 감동을 준다. 탁발 전통이 지금까지 제대로 남아 전해오는 곳이 미얀마, 라오스, 태국 등 테라바다 불교권이다. 한 줄로 서서 탁발을 나서는 스님들을 보면 현지주민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그 장엄한 모습에 감동을 받아 저절로 공양을 올리게 된다. 안타깝게도 한국 불자들은 외국에서 관광체험으로만 탁발을 경험할 수 있다.

탁발은, 산스크리트어 ‘piapata’의 음역 빈다파다(賓茶波多) 번역어이다. ‘발우에 의탁한다’는 뜻으로 걸식(乞食)을 말한다. 걸식은 두타행(스님들의 고행)의 기본이다. 비구는 끼니마다 반드시 남에게서 빌어먹으라는 것이다. 탁발은 경(經)에도 자주 언급된다. 『금강경』 첫 부분 ‘법회인유분’에는 끼니때가 되어 제자들과 함께 발우를 들고 인가에 가서 차례로 음식을 빌어 공양하는 부처님 모습이 나온다. 부처님 당시 나무 아래서 수행하고 분소의(누더기 옷)를 입던 데서 시작되었던 ‘12두타행(頭陀行)’에는 항상 걸식으로만 공양하라(常行乞食),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차례로 찾아가 걸식하라(次第乞食) 등 탁발 공양에 대한 여러 조항이 나온다. 이는 탁발이 수행의 주요한 방법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탁발은 이처럼 수행자에게는 무소유 정신을, 재가자에게는 자비행을 실천하는 수행이며 공덕을 쌓게 하는 훌륭한 종교의례이다.

나라 별로 탁발 형태는 조금씩 다르다. 대만은 동령탁발이라 해서 어려운 이웃 돕기 기금 마련 행사로 진행한다. 미얀마와 라오스는 탁밧이라 하며 매일 이른 아침 길을 나선다. 스리랑카는 공양물을 준비해 절을 찾아가 스님의 그릇에 음식을 덜어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도 스님들도 오랫동안 탁발을 했다. 원효스님이 탁발을 하며 ‘무애가’를 불렀다는 것을 보면 탁발이 우리나라 불교의 오랜 전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수행의 근본이자 시주자가 공덕을 짓는 거룩한 행위였던 탁발은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인해 본래 정신이 왜곡된 채 구걸의 의미로 격하되었다. 한편으로는 6.25전란으로 삶이 궁핍해지고, 음식이 아닌 돈으로 시주를 받게 되며 탁발승을 사칭하는 사람들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승가공동체로써의 수행의 행위가 아닌 개개인의 무분별한 탁발이 이루어지며 그 본래 정신이 훼손되었고, 점차 탁발을 금하게 되었다.

1960년대 이후 금지했던 탁발을 되살린 적이 있다. 1994년 종단 개혁 후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과 2000년대 초반 생명평화 살리기 운동 일환으로 탁발을 했었다. 종단은 2005년 1월 남아시아 지진피해 주민을 돕기 위한 구호성금 모금행사로 ‘자비의 탁발’을 개최해 20억이 넘는 돈을 모아 쓰나미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도왔다.

탁발의 취지를 잘 살리면 그 정신은 물론 불교 홍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인 이상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승가가 함께 참여하고 사회를 돕는 이타행으로 목적을 분명히 하는 등 몇가지 조건을 갖추고 여법하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 되는 산업구조로 인한 환경문제,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자비심을 잃어가는 사회에서 탁발은 무소유의 가치를 알게 하고 수행자의 자만과 아집을 버리게 하여 세상을 경책하는 죽비의 가르침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묘장스님 논설위원·조계종사회복지재단상임이사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