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할아버지, 부처님은 왜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라고 하셨어요? 

내가 한 만큼 바라는 사랑이라면
오히려 미움을 낳을 수도 있어 
지나친 집착을 삼가란 뜻 아닐까 

A 어이쿠! 우리 누리가 불교에 관심이 깊어지니까 답을 내놓기 어려운 물음들이 툭툭 터지는구나. 대자대비라고 더할 나위 없이 커다란 사랑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는 부처님이 어째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라고 하셨을까? 

부처님은 미워하는 사람도 만들지 말라고 하셨어. 사랑이 뭔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테니까 미움을 살펴보자. 미움은 어디서 올까? 미움이란 사랑받고 싶은데 사랑을 받지 못하는데서 싹터. 그리고 내가 품고 있는 어떤 뜻과 상대방이 지닌 뜻이 어긋날 때도 미움이 생길 수 있지.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없이 사랑한다면 어떨까? 네가 나를 사랑하든 말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면 미움이 생길 리 없어요. 생각해보자. 내가 너를 아끼는 만큼 너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긴다면 그건 사랑이라기보다 대가를 바라는 거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누구는 감을 좋아하고 누구는 배를 더 좋아할 수 있잖아. 그런데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윽박질러도 괜찮을까? 

여기서 사랑하지 말라고 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라고 하신 부처님 뜻을 새겨봐야 할 것 같아. 부처님은 부처님을 사랑한다며 매달리는 여성에게 “내가 나쁜 짓을 하더라도 사랑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으셨다고 해. 우리가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고 여기지만 곰곰이 짚어보면 그 사람을 사랑한다기보다 그 이가 가진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그이 생김새가 내 보기에 아름답다든지 또는 그 사람이 한 어떤 짓이나 힘이 내게 좋게 다가오는 것이지. 

부처님은 누구한테도 사랑받겠다는 마음 없이 누구도 가리지 않고 아끼셨어. 그러니까 불자라면 누구나 부처님을 더없이 우러를 테지? 우리들 가운데 부처님이 나만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부처님이 밉다고 골내는 사람이 있을까? 없어요. 왜 그럴까? 부처님을 제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으니까.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짚어보자. 한 남성이 어떤 여성에게 빠져 ‘너만 사랑한다’고 해 봐. 제게 있는 사랑을 다 이 사람에게 쏟아 붓는다면 나머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있을까? 없겠지.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마련하며 어울려 살아가는데 쏟을 사랑이 남아있을 턱이 없을 테니까. 헤아려보니 어때? 사람이 너만 사랑한다커니 너를 미워한다커니 하는 것은 모두 사랑을 바로보지 못하는데서 빚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지?

[불교신문3376호/2018년3월17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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