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종과 초기선불교의 영향’ ‘송대 선종사 연구’ 동시 출판

학계에서 중국 선종사(禪宗史) 명저로 평가받는 외국불교 학술서가 우리말로 번역됐다. 민족사는 최근 <송대 선종사 연구>와 <북종과 초기선불교의 영향> 두 권을 발간하고 ‘세존학술총서’ 시리즈 출간을 알렸다. 특히 세존학술총서 발간은 세존사이트 운영자로 잘 알려진 고양 용화사 주지 성법스님(세존학술연구원장)의 원력과 신도 박찬호 씨의 보시행으로 이뤄졌다. 박 씨가 권당 1800만원 상당의 번역비와 저작권료를 희사한 덕분에 대작불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한국불교는 간화선 수행을 중시함에도 우리나라의 선종사 연구를 보면 당대 연구가 일부 이뤄졌을 뿐이다. 송대 선종사는 간화선과 대혜 종고스님에 한정돼 있다. 이렇다보니 중국 선불교 중요 종파중 하나였던 북종이나 조동종 묵조선에 대한 연구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이번에 선보인 두 권의 책은 초기 선종사와 북종선에 대한 연구 성과물이란 점에서 의미 있다.

<북종과 초기선불교의 형성>은 중국 선불교의 권위자로 미국 인디아나대학과 코넬대학 및 일본 고마자와대학에서 가르쳤던 존 매크래(1947~2011)교수가 쓰고 김종명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가 번역했다. 중국 초기 선불교는 초조인 보리달마부터 남종과 북종으로 갈라지는 신수, 혜능스님 때까지라고 할 수 있다. 남종과 북종이라는 명칭은 하택신회와 그 제자들에 의해 붙여진 것이라 하겠다. 저자는 초기 선불교 역사를 다루면서 북종과 남종문제, 신수.혜능스님의 법통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눈길을 근다. 당시 신수스님과 혜능스님은 홍인스님 문하에서 동시에 공부하지 않았고, 전법이 이뤄졌을 말년에는 두 스님 누구도 홍인스님과 같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 선불교 연구자들에게 등장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전설과 역사를 구별하는 일”이라며 “전등의 전설은 초기 선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지만 역사적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피력하고 있다.

혜능스님 이후 북종의 가르침은 중국 선종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남종선과 대비 열세로 사라지긴 했지만 북종의 구성원들은 77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해 교학적, 사상적으로 공헌했다고 봤다. 그 영향은 티베트, 한국, 일본으로까지 전해졌음을 밝혔다.

이시이 슈도 일본 고마자와대 교수가 쓰고 김호귀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가 번역한 <송대 선종사 연구>는 조동종 묵조선에 대한 책이다. 당대의 선이 개별적인 종교였던 것과 달리 송대에 이르러서는 사대부와 관료 등 지식인들이 선불교에 귀의해 집단적인 종교로서 특색을 갖는다. 선시 게송 등 선문학 발전이 이를 대변한다. 책에서는 조동종의 사상과 역사, 진헐청료, 굉지정각 등 묵조선의 선승들의 생애와 사상을 종합적으로 연구했다. 특히 당시 치열하게 사상과 수행적 투쟁을 벌였던 대혜종고와 간화선 간화와 묵조의 쟁점과 차이점, 사상적 시대적, 지역적 배경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조명하지 않았던 송대 조동종을 조명하는 것 외에도 송나라 도원이 저술한 <경덕전등록>의 역사적 성격에 대해서도 정리해놨다.

세존학술원장 성법스님은 “한국불교학은 90년대 이후 장적의 발전을 했으나 근래 많은 학자들이 단편논문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지적하며 “외국의 뛰어난 학문적 성과들을 국내에 제공해 후학들의 학문탐구에 일조하자는 마음에서 해외 우수학술서들을 번역 출간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보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박찬호 거사의 통찰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법당이나 불상 등 외형불상 불사에 보시하는 한국 신도들의 보시관행에도 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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