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로 바라본 음식, 음식으로 파헤친 불교
불교로 바라본 음식, 음식으로 파헤친 불교
  • 허정철 기자
  • 승인 2018.03.05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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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음식학’ 

공만식 지음/ 불광출판사

인도·영국서 박사 취득한
초기불교 전공 불교학자

불교와 음식의 근본인식
고찰한 연구성과물 출간

고대 불교문헌 두루 살펴
“학문정립과 대중화 매진”

인도와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불교학자 공만식 박사(사진)가 최근 불교가 바라보는 음식에 관해 고찰한 연구서 <불교음식학>를 출간했다. 김형주 기자

“불가의 음식문화는 불교의 정체성 문제로 소급될 수 있을 정도로 불교와 음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최근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 속에 담긴 종교, 철학적 의미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책이 불교음식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최근 불교가 바라보는 음식에 관해 고찰한 연구서 <불교음식학>(불광출판사)를 펴낸 공만식 박사. 인도와 영국에서 각각 박사학위를 취득한 중견 불교학자가 국내 불교학계에서는 아직 낯선 ‘불교음식학’으로 내놓은 첫 연구 성과물인 만큼 출간에 따른 소회도 남다르다.

동국대 불교학과 84학번인 공만식 박사는 같은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인도로 유학, 델리대에서 7년 여 만에 ‘인도불교사와 초기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모교에서 연구초빙교수로 강단에 섰던 그는 어느 날 협심증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을 겪었다고 한다. 이후 담당의사에 권유에 따라 식이요법을 진행했고, 이는 음식연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음식학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국내에서 관련 자료를 찾는데 한계를 느껴 인터넷에서 해외 대학 도서관 홈페이지를 전전하다 결국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 박사는 음식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원(SOAS)과 킹스 컬리지(King’s college)에서 음식학과 종교학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받기에 이른다. 당시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은 역사, 사회, 과학 등의 다른 학문 분야를 포괄하며 음식과 음식환경 등에 관한 연구를 하는 음식학에 불교학을 접목시킨 것이다. 불교가 바라보는 음식의 문제를 초기불교 근거로 고찰해 현지 대학에서도 호평을 받은 이 논문을 재정리에 이번에 책으로 엮어 선보였다.

불교와 음식이 형성하고 있는 맥락의 중요성에 비해 그 동안 국내에서는 사찰음식 요리와 레시피 등이 부각되면서 이 같은 연구 시도를 찾기 어려웠다. 관련 논문이 몇몇 발표되긴 했지만 그 수가 적고, 비슷한 내용을 담은 도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불교와 음식의 근본적 인식을 추적하고 있는 이 책의 출간은 관련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불교가 바라보는 음식을 대하는 자세, 그 변화에 이르기까지 빨리어 삼장(三藏)을 비롯한 여러 불교문헌은 물론 고대 인도문헌과 현대 선학(先學)의 연구물 등을 두루 살피며 밝혀내고 있다. 이 가운데 음식 관련 비구 계율, 비구니에게만 적용되는 비구니 불공계(不共戒) 등 불교 수행자에게 금지되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국내 불교계 안팎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불교에서 수행자에게 금지한 음식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고기’다.

하지만 빨리어 문헌 곳곳에는 수행자가 육식을 했다는 내용이 다수 발견된다. 당시 고기는 먹는 게 가능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실제 빨리어 문헌에는 ‘삼종정육(三種淨肉)’이라 불리는 세 가지 조건에 충족하면 수행자도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언급돼 있다. 식육에 대한 전면적 금지는 대승불교에 이르러 이뤄진다. 다만 초기불교 당시에도 사람, 코끼리, 말, 개, 뱀, 사자, 호랑이, 표범, 곰, 하이에나 등 십종육(十種肉)에 대한 식용은 금지했다. 이 규정의 제정 역시 육식에 대한 욕망의 제어라기보다 당시 대중문화와 깊은 관련이 돼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공 박사는 “초기불교에서는 다른 종교에 비해 음식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지 않았다”면서 “이후에도 불교가 아시아 곳곳으로 전파되면서 그 지역의 기후, 환경,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불교음식 문화가 자리 잡는 만큼 수행자가 고기를 먹는다고 반드시 불살생계를 지키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불교와 음식 사이엔 역사와 문화, 철학과 종교의 다면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한 인문학적인 이론 정립이 필요하며, 이 책이 텍스트가 되길 바란다”면서 “이를 위해 뜻 모은 학자들과 지난해 만든 ‘음식 아카데미’에서 오는 3월부터 강의를 시작하며, 이 책 후속으로 우리나라 선불교에 대한 음식 이론 연구서 발간도 연내 목표로 추진하는 등 불교음식학 정립과 대중화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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