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교구 스님과 신자 3500명, 발길 끊긴 포항 찾아

제6교구 합동방생법회가 2월25일 포항 남구에 위치한 송도해수욕장에서 열렸다.

제6교구 본말사, 합동방생법회 봉행
포항송도해수욕장, 죽도시장 등에서

방어 4000마리 포항 바다에 풀고
죽도시장 방문해 상권살리기 나서

오늘(2월25일)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해수욕장,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지만 바닷가 인근은 인파로 북적였다. 자욱한 안개를 헤치고 한 데 모인 사람만 3500여 명, 모두 ‘조계종 제6교구 합동방생법회’를 위해 충남에서 경북까지 이른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3시간 가량을 달려온 제6교구 본말사 스님과 신도들이다. 

본사인 마곡사를 비롯해 영평사, 신원사, 보광사, 비암사 등 각 사찰과 암자에서 대절한 버스만 총 70여 대. 수십대 차량과 수천명 인파가 인적이 끊긴 포항 바다에 오랜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이면 빼먹지 않고 해왔던 제6교구 합동방생법회지만 올해는 조금 더 특별했다. 지난해 발생한 규모 5.4 지진과 잇따른 여진으로 관광객 발길이 줄면서 상권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포항시를 방생 장소로 택했기 때문이다. 

교구 본말사 신도들은 이날 방어 4000마리를 포항 바다에 풀어주는 자연 방생에 이어 해수욕장 인근에서부터 도보로 20여 분 떨어진 죽도시장까지 포항 특산물을 구입하며 ‘죽어가는 포항 시장 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해수욕장을 가득 메운 스님과 신도들.
법회 앞서 인사말하는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

법회에 앞서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은 신도들에게 방생이 지니고 있는 ‘자비 정신’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오늘 우리가 왜 이 먼 곳까지 왔지요? 지진 피해로 포항 시민들이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잘 알고 계시죠? 살아있는 생명을 놓아주는 것 뿐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가슴 아픈 말, 상처 주는 말 대신 위로의 말, 희망의 말을 전하는 것도 바로 방생입니다. 오늘 물고기도 잘 놓아주시고, 시장에서는 쇼핑도 많이들 해주세요. 물건 사면서 상인들에게 ‘힘내라’ 이야기도 해주시구요. 여러분들이 오늘 북적북적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것만으로도 포항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스님 말이 끝나자마자 4000마리 물고기 방생이 시작됐다. 3500여 명 스님과 신도들이 차례로 서서 그릇에 담긴 방어를 저마다 손에 들고 바닷가에 놓아주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잇따른 여진 위험으로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인적을 찾을 수 없던 해변가에도 오랜만에 온기가 돌았다.

방어 4000마리가 바다로 돌아갔다.

“자유롭게 살아라” “잘 살 수 있을 거야” 외치며 방어를 놓아주던 권영희(62) 씨는 “포항 시민들도 바다로 돌아간 물고기처럼 묶여있던 고통에서 벗어나 지나간 아픔을 하루빨리 잊고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지진 피해 위로금을 전하는 대신 장 볼거리를 잔뜩 사갈 것이라던 김원예(57) 씨는 “오늘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3만원씩만 장을 봐도 1억원이 넘는다”며 “보시금을 모아 전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굳이 내세우지 않고 이런 색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뜻 깊은 자비 나눔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자연 방생, 인간 방생에 적극적인 신도들을 보며 흐뭇해하던 비암사 주지 노산스님이 여기에 한 마디 보탰다. “방생이라 해서 별 거 있나. 살아있는 모든 것에 따뜻한 관심을 보이면 그게 바로 방생이고 자비인 것을. 오늘처럼 ‘물고기 살리자’, ‘포항 살리자’하고 모인 날, 각자 제 깜냥에 맞게 주머니 좀 풀고 예쁜 말 좀 하면서 나도, 이웃도 기쁘고 행복하면 그게 바로 최고의 방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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