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이라 세배하러 들른 보살에게 차를 한잔 내어주었다. 요즘 사업이 잘 되지 않아 걱정이라며 수심(愁心) 가득한 얼굴로 차를 마시려는 찰라 손에서 미끄러져 찻잔이 바싹 깨지고 말았다. 사색이 된 그녀가 ‘어쩌죠? 금년에도 재수가 없으려나 봐요’ 라고 탄식하였다. ‘잔이 깨진 것을 보니 액운이 모두 나가 금년에 재수대통 하시겠는데요’ 라며 내가 응수해 주자 죽을상이던 그녀 얼굴에 만월같은 미소가 번졌다. ‘아! 스님이 그렇게 축원해 주시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고 기운이 펄펄 납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한 생각 돌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병이 약이 되기도 하고 부정이 긍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자신은 하늘에 3가지 축복을 입었다고 말한다. 너무나 가난했기에 구두닦기와 신문팔이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부지런함을 익혔고 몸이 허약했기에 수시로 운동을 하여 건강을 배웠고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기에 누구에게든 물었고 무엇이든지 배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난과 병약함과 무지(無知)는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켜 준 스승이고 은혜였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무엇 때문에’ 라며 탓하기는 쉬워도 ‘그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노라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우리에게 ‘그래, 녹록지 않은 삶이지만 한 생각 바꾸어 보면 어떨까’ ‘폭삭 주저앉고 싶은 순간일지라도 한 마음 쉬어보면 어떨까’ 라는 다독임으로 다가온다.

위기를 공부로 삼을 수 있는 사고의 대전환, 업(業)도 결국은 마음의 문제로 귀결 되는 것이 아니던가. 한 생각만 돌리면 삼독(三毒)을 삼학(三學)으로 전환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변환장치가 우리에게 이미 구족해 있지 않은가. 좁게 쓰면 바늘구멍도 용납할 수 없지만 넓게 쓰자면 광대무변한 허공을 능히 들일 수도 있다.

‘마음 마음 마음이여.’ 문갑 위 족자의 글씨가 또렷하게 내려와 그대는 어떻게 마음을 쓰고 있는가 내놔보라 한다.

[불교신문3370호/2018년2월24일자] 

일광스님 거창 죽림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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