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각회 신년법회서 총무원장 설정스님 법문

국회 정각회 신년법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법문하고 있다.

국회의원 불자모임인 정각회 신년법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신의를 회복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정진해 달라'는 신년법문을 설했다. 국회 정각회(회장 주호영)는 오늘(2월21일) 국회 본관 귀빈식당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 초청 신년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자리에는 총무부장 정우스님, 기획실장 정문스님, 사회부장 진각스님, 호법부장 세영스님 등 종단 스님과 정세균 국회의장,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 정갑윤 국회 정각회 고문, 강창일 정각회 명예회장, 조기열 국회 직원불교신도회장 등 사부대중 200여 명이 동참했다.

법문에 앞서 주호영 정각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은 총무원장 스님을 모시고 귀한 법문을 듣는 자리가 마련돼 기쁘다”며 “청량한 법문을 들으시고 마음의 양식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예로부터 보시의 으뜸은 법보시라고 들었는데 무술년 새해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는 법석이 마련돼 뜻 깊게 생각한다”며 “지금 강원도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데 국민 통합과 평화올림픽의 소식이 들리고 있으니 오늘 신년법회를 통해 우리 국회가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사로 나선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인생에는 네 가지 의문이 있으니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지만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언제 떠날지도, 떠나면서도 자신이 누군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고 화두를 열었다. 이어 스님은 “부처님은 45년 동안 간곡하게 말씀하신 것이 너 자신이 누군지에 대한 길을 가르쳐 준 것이니 불교수행을 통해 선정에 들어보면 ‘나’라는 (형상의) 자신이 여러 생애를 반복하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바뀌지 않는 게 있으니 그게 ‘진아(眞我)’”라며 “중생은 형상에 집착해 이를 잘 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총무원장 스님은 “불교 비유에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인생의 실상을 여실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수정등은 어떤 이가 들판에서 코끼리에게 쫓기다가 낭떠러지에 내려진 등나무 줄에 매달려 꿀을 받아먹고 있는 모습이다. 등나무 줄은 흰 쥐와 검은 쥐가 갉아먹고 있고 땅 바닥에는 악어와 구렁이가 득실거리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지적한 총무원장 스님은 “코끼리는 무상한 삶을, 등나무 밧줄을 갉아먹는 흰 쥐와 검은 쥐는 시간이 흐르는 낮과 밤(日月)을, 받아먹는 꿀은 인간의 오욕락을 비유하고 있다”며 “중생은 오욕락에 빠져 명예와 돈을 추구하다가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세상을 떠나니 내가 누군인지를 찾아 영원히 생사를 벗어나는 해탈과 열반의 길을 가야 한다”고 설파했다.

정치인들을 위해서도 일갈했다. 공자와 그의 제자인 자루의 대화를 인용한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공자께서는 정치의 요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식(食, 밥)과 병(兵, 국방 군사 치안), 신의(信, 믿음)를 언급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신의였다”고 강조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믿음이 없으면 사회갈등이 일어나고 개인은 사회에 설 수 없고 국가는 세계(국제사회)에 설 수 없다”며 “요즘 노사와 여야가 갈등하는 것도 신의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님은 “신의가 없는 곳에는 설 수 없다”고 강조하고 “신의를 회복해 국가와 민족을 위한 행보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각회 신년법회에 동참한 사부대중이 합장하고 있다.
국회 정각회 신년법회 후 국회 본관 로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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