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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에세이] 악플이 사인(死因)이라니…

왕따 후문까지 들었을 때는 
그의 말을 좀 더 귀담아 
들어주지 못했던 일이 
몹시 마음에 걸렸다

자기 이야길 들려주고 싶어 
내 주변을 맴돌았는데도 
모른 체 했던 게 후회스러워 
지금까지 마음이 개운치 않다

삶이 꽉 막힌 듯 답답할 땐 
‘나만의 창가’를 만들어 
세상을 바라보라 했는데 …

새해를 보내고 잊을 만할 때면 구정이라는 설날을 맞을 수 있어서 참 좋다. 하지만 올해는 2월 달 달력을 넘길 때부터 마음의 부채가 자꾸만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지난해, 강화도로 이사 와서 만나게 된 한 여성의 부음을 받았던 기억 때문이다.

하필이면 설날 아침에 자살을 해서 며칠 동안 그녀의 죽음을 아무도 몰랐다고 했다. 더구나 자살 이유가 ‘악플’ 때문이었다는 소식에는 더욱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취미로 시작한 그림 동아리에서 ‘왕따’를 당했고, 인터넷의 댓글로 상처를 받았다는 후문까지 들었을 때는 그녀의 말을 좀 더 귀담아 들어주지 못했던 일이 몹시 마음에 걸렸다.

사실 시골에 와서 살다보니 사람을 경계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서울에서야 남의 집 방문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지만 시골에서는 남의 집 내 집이 경계가 없어서 수시로 불쑥불쑥 찾아오는, 아니 지나다가도 그냥 슬그머니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온 사람들에게 보내는 관심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는 아예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지내는 형편이다. 그녀 역시 오다가다 집 앞에서 만난 사이로, 그녀가 가끔 대문을 기웃거릴 때가 몇 번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가자는 말을 꺼내진 않았다. 더구나 내가 소설을 쓴다고 해서 그런지 자기 지나온 삶을 한 번 써보라고, 글로 쓰면 서너 권은 될 거라는 말을 할 때는 딴전을 피우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얼마나 인정머리가 없었는지, 그녀가 자기 이야길 그렇게 들려주고 싶어 내 주변을 맴돌았는데도 모른 체 했던 게 몹시 후회스러워서 지금까지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죽음은 사람을 쫓지 않고, 오직 사람이 살아가는 자세를 쫓을 뿐이라고. 그래서 아무리 어려워도 참고 견뎌야 하며 죽음만은 뛰어넘으라는 옛 성현들의 가르침이라도 들려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곧 괴로움이고, 그 괴로움에는 여덟 가지가 있다. 낳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네 가지 괴로움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 미운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 아무리 구하려 해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 온갖 욕망이 끓어오르는 괴로움을 합하면 모두 여덟 가지가 된다. 이런 괴로움의 원인은 욕심과 애착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괴로움들을 극복할 수 있는 부처님의 설법 가운데 팔정도(八正道)가 있는 게 아닌가. 바로 보고, 바로 생각하고, 바로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바르게 생활하고, 바르게 노력하고, 바르게 기억하고, 바르게 명상하라는 가르침이다.

현대는 네트워크 사회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노출된 상태다. 가정은 물론 작은 모임에서부터 큰모임까지 사람이 모이는 장소나 개인적인 친분에도 서로를 알아가는 소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인식과 소문으로 서로를 경계하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풍조만 발생할 뿐이다. 이제 개인의 사생활까지 정확히 꿰뚫어보는 메신저, 블로그, 휴대폰 등 여러 게시판으로 무장한 네트워크의 힘은 점점 확산되어 거대한 산맥을 이루고 있다. 더구나 ‘악플’로 인한 명예훼손이나 ‘유언비어’에 상처 받은 자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디지털이란 거대한 세계는 우리에게 높은 생산성과 편익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검색 없는 정보의 홍수로 인간성 상실을 부축이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생존본능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누군가와 소통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삶이 꽉 막힌 듯 답답할 때는 나만의 창가를 만들어 세상을 바라보라는 구절을 어느 책에선가 본 기억이 난다. 

[불교신문3369호/2018년2월14일자] 

안혜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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