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요. 잘 모르겠는데요.” 강추위가 몰아치던 지난 1월29일 오전 대구 염매시장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일제강점기에 만세운동이 있었는데 아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같은 날 오후 동화사 대웅전 앞에서 만난 한 여성 불자는 1919년 스님들이 심검당(지금의 법화당)에서 만세운동을 결의한 사실을 묻는 질문에 아무 말도 못했다. 1919년 3월30일 동화사 스님들이 주도해 대구 덕산정시장(지금의 염매시장)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가보훈처와 독립기념관 등에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만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적다.

1919년 3ㆍ1운동은 대한민국 수립의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라는 구절이 들어있을 정도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항거해 거족적으로 일으킨 민족해방운동인 3ㆍ1운동이 내년(2019년)이면 100주년이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사회단체도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교계에서는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2016년부터 3·1운동 및 일제강점기 불교계의 독립운동 연구와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불교계 항일운동을 담은 자료집을 발간했다. 

3ㆍ1운동 당시 스님과 불자들은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힘을 보탰다. 용성스님과 만해스님이 민족대표로 참여하고, 불교중앙학림(동국대 전신) 학생들이 만세운동 대열에 같이했다. 만해스님과 논의를 거친 불교중앙학림 학생들은 각자 연고가 있는 지역과 사찰로 내려갔다. 동화사, 범어사, 통도사, 표충사, 봉선사, 신륵사, 해인사 등 전국 주요 사찰의 스님들이 주도한 만세운동이 이어졌다. 

100년 전 지역 사찰들을 중심으로 스님과 불자들이 전개한 만세운동을 발굴하고 확인해 재조명해야 한다. 또한 만세운동과 인연 있는 장소에 표지판을 세울 필요가 있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불교계의 숙제임에 틀림없다.

[불교신문3369호/2018년2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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