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부처님은 만물과 소통할 때 
모든 생명 행복할 수 있으니 
그 길 함께 가자고 손 내밀어

보현보살과 천신들은 부처님의 찬란한 광명, 바로 앞에서 시방세계에서 온 축하사절단들의 성불축하파티를 소리 없이 모습만 보고 있자니 답답했다. 부처님 광명은 유리돔처럼 생겨 깨달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을 위해 이리 저리 출입구를 찾아 애쓰는 보현의 모습을 지켜보던 부처님이 드디어 가피력으로 길을 열어주니 바로 일체 제불이 다 들어간 ‘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 속으로 들어갔다.

어디선가 따뜻한 바람이 향기에 실려 보현 앞에 다가오는데 자세히 보니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광채였다. 그 빛을 보고 보현은 깜짝 놀랐다. 모두 부처님이었다. 수많은 부처님의 몸에서 나오는 광명(身光)이 반짝이는 빛으로 보였던 것이다. 한 명의 보현이 아닌 우주 가득한 보현 앞에 낱낱의 부처님들이 모습을 보인 것은 부처님의 몸이 우주에 가득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처님의 가피였다. 항상 모든 이들과 함께 행복하기를 발원한 보현의 행원력(行願力)은 비로자나부처님의 본원력(本願力)과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의 가피력이 합쳐지면서 부처님 삼매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삼매의 세상을 경험하며 행복해하는 보현을 지켜보던 시방의 부처님들은 다 같이 한 목소리를 내어 몸과 말씀과 마음으로 가피하셨다.

“훌륭하고 기특한 우리 보현이여, 드디어 삼매 속으로 들어왔구나. 장하구나, 그대가 중생을 위하는 그 원력이 기특하여 우리들이 가피하노라. 그대여, 한 송이 꽃이 피우기 위해 바람, 햇빛, 구름, 폭풍우까지 우주의 모든 것이 다 힘을 합해야 하듯이, 모든 존재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조화롭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 힘이 느껴지는가? 그대가 여기 우리와 함께 하는 것도 온 우주가 다 함께 동원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보고 느껴라! 아름답지 않느냐?”

그리곤 모든 부처님들이 팔을 뻗어 하나로 모아 보현보살의 이마를 만지니 향기가 그윽해지고 경쾌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보현이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고개를 들자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보살들이 수행해 부처님들이 되는 과정이 영화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그 모든 일들은 보현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자리하며 명확해졌다. 이 세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사라져 가는지, 우주는 얼마나 넓은지, 평등과 차별을 넘어선 세상은 어떤 곳인지, 다양한 언어로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중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 알게 됐다. 보현의 이런 행복은 바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부처님들과 함께 그 삼매 속에 머물렀기 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삼매 속에 든 보현보살의 변화를 목격한 하늘신과 보살대중들은 기쁨으로 찬탄의 노래를 부르며 법을 청했다.

“보현보살이여! 우리는 항상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대가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 머물며 삼매의 진실한 경계에 항상 계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삼매 속에서 당신의 몸이 하나가 아니라 끝없이 분신을 나투어 시방세계에 모래알같이 많은 별들 속에서 당신이 존재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 경이로움이야 말로 다할 수 없는 기쁨이며, 충격이며, 일생일대의 최고로 행복한 순간입니다. 보현이시여, 저희도 알고 싶습니다. 이 세상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왜 끝없이 부처님들이 탄생하고 있는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지? 우리의 생명이 존재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저희도 부처님의 삼매 속으로 들어가 낡은 안목을 버리고 부처님의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보현은 이들이 간절한 청을 들으며 모두가 부처님의 안목을 볼 수 있도록 부처님이 깨달은 세계 속으로 초청하니 대중이 모두 삼매 속으로 들어갔다. 마치 깜깜한 방안에 모여 있는 대중에게 보현이 전등을 켜니 대중이 주변의 모든 것을 환히 볼 수 있게 된 것처럼 그들은 부처님이 보는 것을 마침내 보게 된 것이다. 드디어 부처님의 깨달으신 삼라만상 우주의 신비가 벗겨지자, 보현보살은 부처님을 대신해 대중에게 ‘조화와 공존’이 함께하는 세상을 보여줬다. 부처님은 우리에게 만물과 평등하게 소통할 때 모든 생명이 다 행복할 수 있으니 그 길을 함께 떠나자고 손을 내밀었다. 우리도 지금 그 손을 꼭 잡고 부처님 안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불교신문3368호/2018년2월10일자] 

원욱스님 서울 반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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