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자체가 보배창고입니다

‘단숨에 깨달음에 이르는 길’ 제시
대주 혜해스님 ‘돈오입도요문론’은
육조단경 신심명 등과 선종사 보배

<돈오입도요문론>은 ‘단숨에 깨달아(頓悟) 도에 들어가는(入道) 요긴한 길(要門)’을 제시해 주는 글인데, 보통 줄여서 돈오입도요문론이라 말합니다. 이 어록의 내용은 선어록에서 많이 사용되는 중요한 용어의 개념을 잘 정리하여 50여 개의 주제로 알아듣기 쉽게 문답식으로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길’을 설명하고 있으니, 선수행의 기본 바탕인 부처님의 마음을 강렬하고 간단명료하게 독자 여러분에게 보여 줄 것입니다.

이 책을 지은 분은 마조(馬祖, 709~788)스님의 제자 대주혜해(大株慧海)스님입니다. 중국 강서로 찾아가 불법을 구하는 대주스님에게 마조스님은 이렇게 묻습니다. “자기 집의 보배창고는 돌아보지 않고 집을 떠나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구하려고 하는가. 나에게 아무 것도 없는데 어떤 법을 구하려고 하는가.” “어떤 것이 제 자신의 보배창고 입니까.” “지금 나에게 묻고 있는 그대 자체가 보배창고이다. 그대에게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조금도 모자랄 게 없어 쓰임새가 자유자재한데 어찌 그것을 놔두고 밖에서 구하려 하는가.”

삽화=손정은

이 한마디 가르침에 깨달은 바가 있어 대주스님은 마조스님을 6년간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 후 월주 대운사로 돌아온 스님은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살며 돈오입도요문을 저술하였습니다. 이 책은 스님이 몸소 직접 기록한 글로 뒷날 가필이나 삭제한 글이 없으므로, <육조단경> <전심법요> <벽암록> <임제록> 등 문도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기록해 놓은 어떤 어록보다 완전한 저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글을 마조 스님이 생전에 보고 극찬하며 인가하신만큼 <육조단경> <신심명> <증도가>와 함께 귀중한 자료로서 선종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주스님은 돈오입도요문론에서 오직 ‘돈오(頓悟)’, 이 길만이 해탈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돈(頓)’이란 단숨에 헛된 망념을 없애는 것이요, ‘오(悟)’란 헛된 망념이 사라진 부처님 마음자리로 ‘더 이상 얻을 게 없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여기서 대주스님이 말씀하는 ‘돈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돈오돈수(頓悟頓修)’의 ‘돈오’에 해당됩니다. 돈오의 가르침을 듣고 헛된 망념이 사라져 그 자리에서 ‘어디에도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 시비분별이 떨어진 사람(頓修)’은 ‘돈오돈수’를 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한 생각 쉬고 ‘단숨에 깨달아 도에 들어가는 요긴한 길’을 읽어가는 인연으로, 불교신문 독자들과 오는 세상 뭇 삶들이 다함께 부처님이 될 수 있기를 대주스님의 헌사인 ‘불보살님께 바치는 글’로 갈음하며 돈오입도요문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께 머리 숙여 예배드리옵니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제가 지금 이 글을 올리고 있사오나/ 부처님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쓴 글이라면 부디 그 허물을 참회시켜 주시옵소서./ 반대로 이 글이 성스런 이치에 어긋나지 않았다면/ 이 공덕을 빠짐없이 모든 중생에게 회향하오니/ 이 인연으로 오는 세상 뭇 삶들이 다함께 부처님이 될 수 있기를 바라옵니다.’

※필자 원순스님은 1982년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스님 은사로 출가, 해인사 송광사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했다. 현재 조계총림 송광사 인월암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선요> <한글원각경> <육조단경> <대승기신론 소·별기> 등 다수 저술이 있다.

[불교신문3360호/2018년1월13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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