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청와대 방문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초청 오찬에 참석하는 할머니들을 청와대 본관 앞에서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포옹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 모습. 사진 제공=청와대.

2018년 1월 4일 새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 청와대 초청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갑자기 이뤄졌다. 할머니들이 불편함 없이 모셔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시로 나눔의 집에서 국빈경호와 대우를 받으며 의전차량으로 청와대까지 논스톱(nonstop)으로 도착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에 신고한 위안부 피해자는 239명이며, 지난 2015년 합의 당시 생존자는 46명이었다. 2018년 1월 현재 생존자는 31명, 평균 연령은 91세로, 위안부 문제 해결이 절박한 시점에 청와대 초청이 성사됐다. 전국 생존자 31명 중 건강상의 이유로 아홉 분만 참석했고, 한 분은 노출을 꺼려 이름조차 밝히지 못했다.

청와대 초청에 앞서, 지난 2017년 12월27일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비공개로 이면합의가 있었던 사실을 발표하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외교부 TF팀의 기자회견을 TV로 지켜보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를 일본에 팔아 먹었다”고 분노를 표출했고 “우리가 피해자인데 누구한테 사죄를 하고 합의를 한 것이냐”며 한일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한껏 고조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TF팀 발표 다음날인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합의 과정과 내용, 절차 등 모든 것이 잘못 되었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대통령의 즉각적인 행동에 할머님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그리고 입장표명 일주일 만에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 할머님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국가가 할머니들을 지켜주지 못해 고통을 당했다”며 “지난 정부 때 할머니들이 원치 않는 합의로 인해 상처를 줘 죄송하다”고 정부를 대신하여 공식사과를 했다.

그동안 할머니들은 합의안 반대를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했다. 정부 대표로 외교부 차관이 왔을 때 합의안을 거부했고, 수요 집회에서는 무효화를 선언했다. 한국과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상태며 법원에 합의 내용 공개까지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모습. 사진 제공=안신권 나눔의집 소장.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할머니들에게는 큰 위로와 함께 희망과 감동 그 자체였다. 실무 책임자로 초청 자리에 함께 있었던 필자는 할머님들과 동행하며 대통령이 얼마나 피해자 문제에 대해 확고한 의식을 갖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대통령의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과 함께 할머니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성까지 느낄 수 있는 만남이었다.

또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노출을 꺼리는 할머니 요청에 청와대에서는 할머니들이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기자도 출입을 막은 채 비공개로 진행했다. 무엇보다 단체들의 대표가 아닌 실무자들을 할머니들과 함께 동행하도록 했다.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직원들이 입구에서부터 할머니들을 맞이했으며 15분 정도 늦은 할머니를 위해서 대통령 부부가 입구에서 기다리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러나 대통령의 고민도 엿보았다. “지난 정부에서 한일 정부 간 이뤄진 외교적인 합의이기 때문에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 문재인 대통령은 “그래도 할머니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합의안 내용을 보면 가해국의 ‘법적책임’ 문제가 명확하지 않다. ‘사과방식과 태도’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합의 과정이나 절차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으로 진행된 합의안이다. 혹자는 일본과 안보와 경제문제에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 간 합의한 내용을 파기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합의 과정이나 절차, 내용이 엉망인데 어떻게 덮고 갈수 있을까. 특히 할머니들의 인권문제는 한일 관계를 넘어 국제적인 관심사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는 '무효'라고 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쓴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상식과 정의를 토대로 한 시대정신'의 한 대목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일제에 위안부로 강제징용 돼, 끌려갔던 할머니는 때로 시름에 젖으면 유행가 ‘동백 아가씨’를 즐겨 부르시곤 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하고 부르는 모습을 보면 할머니가 겪었던 참혹한 시절이 확 느껴졌다. 할머니의 뜻은 오직 한 가지였다. ‘일본이 진심 어린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광복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일위안부협정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나면서 합의안이 잘못 됐다는 것을 검증하는 등 많은 변화가 시작됐다.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해국 일본의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은 꼭 필요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고 할머니들의 인권회복은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시대정신이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오찬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모습. 사진 제공= 청와대.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 국제평화인권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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