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공생회 네팔 지진 피해 지역 학교 건립 현장을 가다

여러 사연 담긴 한국불자들 후원으로
지진 피해 입은 네팔 산골 학교 건립

히말라야 지척 산간 오지 마을 찾아
지구촌공생회 활동가들 5개월간 수고

후원자들이 원하는 최적의 조건 물색
불가촉 천민 아이들도 한국불자 도움

스리마헨드프리야 한마음초등학교 기공식 모습

2015년 대지진과 연이어 찾아온 홍수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당하고 가옥이 부서지는 등 참사를 겪은 네팔이 국제사회의 도움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한국불자들도 네팔이 나서 일어서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 중심이 원로의원 월주스님이 이끄는 국제개발협력NGO 지구촌공생회다. 그리고 다양한 사연을 지닌 한국의 스님과 재가자들이 힘을 보탰다.

지구촌공생회는 네팔 대지진과 남부지역 홍수 피해가 발생하자 6만5000여 명의 이재민에게 식수 식량 의약품 등 7차례 구호활동을 펼치고 긴급구호가 끝난 뒤에는 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신두팔촉으로 중심으로 산골학교 장기재건 계획을 수립하여 네팔 정부와 9개 학교를 재건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그리하여 지난 1월에 스리이싱 공생초등학교가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 12월10일부터 12일 사이에 3개 학교가 다시 문을 열고, 1개 학교가 내년 초 개교를 목표로 기공식을 가졌다.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스님을 비롯해, 사무총장 원광스님, 사무처장 덕림스님, 완주 대원사 주지 석문스님, 김종렬 금산사 종무실장 등 공생회 관계자들과 후원자 등 20여 명이 학교를 다시 세우는 현장을 찾았다.

지난 10일 신두팔촉 산골에서 스리마헨드라프리야에서 한마음초등학교 기공식이 열렸다. 이곳은 지구촌공생회 네팔지부 활동가들이 5개월간 오지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물색한 끝에 선정한 학교다. 공생회는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학생수가 어느 정도 확보돼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곳, 공생회는 그 적정수를 50~100명 선으로 정했다. 그 이하면 장기적인 유지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역내 필요성이다. 지역 주민들이 학교를 간절히 원하는 곳을 지원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역주민들의 헌신이다. 공생회는 수혜자의 자발적 의지를 중시한다. 학교를 짓거나 우물을 만들어도 주민들이 스스로 가꾸고 보호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음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 마을 주민들은 부지를 충분히 제공하고 자체적으로 보조건물을 짓겠다고 나섰다. 지구촌공생회가 정한 원칙에다 후원처에서 두 가지 조건을 더 보탰다. 학생수가 많고 불자가 많은 마을에 학교를 세웠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후원자단체는 오랜 기간 언론 보도 등을 모니터 하며 자신들의 뜻과 부처님 가르침에 합당한 단체를 찾았다. 무주상보시회라는 이 단체는 따르던 큰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국제적인 구호 활동에 보시할 곳을 찾았다. 단체 운영의 투명성, 사업 효과성, 적극성 등을 파악하고 분석한 끝에 가장 적당한 단체로 지구촌공생회를 선택했다.

공생회는 이 조건을 맞추는 곳을 찾아 5개월간 발품을 팔았다. 지진 피해가 집중된 신두팔촉은 히말라야 산맥과 가장 가까운 산악지역이다. 사람들이 사는 지역의 해발고도가 보통 2천미터에 육박한다. 산 아래부터 정상까지 개간한 밭이 죽 늘어서있고 중간 중간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학교는 산간 마을의 유일한 배움터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거리는 35km 가량 되지만 산허리를 둘러가며 난 길은 비포장에다 경사가 심하고 차량 한 대가 지나가는 좁은 길이어서 가는데만 3시간 이상이 걸리는 험지다. 그 산간 마을을 활동가들은 산 중간 중간 트래킹 객들을 위해 마련된 게스트 하우스에서 잠을 청하며 돌아다녔다.

10일 기공식을 가진 스리마헨드라피리야 한마음초등학교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기공식을 열었다. 기공식에는 지구촌공생회 덕림스님, 순천일광사 법은스님, 그리고 후원자를 대표해 강미남보살과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지진은 이 학교의 학생 6명을 데려갔다. 마을은 모두 파괴되었다. 학교도 무너졌다. 산 정상에 자리한 이 학교는 후원자의 바람대로 흔치 않는 불교신자 마을이다. 네팔은 인도의 영향이 강하다. 문화 종교 인종 모두 인도와 닮았다. 불교신자는 10%가량이다. 대부분 티베트와 가까운 히말라야 근처 산골 마을이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내년 초에는 지진에도 견디고 추위와 바람도 막는 새로운 학교가 들어설 것이다.

이 학교 교장은 “지구촌 공생회의 지원과 후원자들께 감사드린다. 좋은 학교를 만드는데 우리 모두 힘을 합쳐나가겠다”고 인사했다. 이사장 월주스님은 덕림스님이 대신한 기념사에서 “많은 이들의 자비와 사랑이 담아 건립되는 이 곳의 학생들은 가슴 따뜻하고 자비심과 지혜가 넘치는 네팔의 동량지제가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들이 인류사회의 시민지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학교 건립을 위해 주민들이 나서 부지를 정리하고 공사기간에는 기존 학교 건물을 개보수 하기로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주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함께 할 때 학교는 발전해 나갈 것이며, 지구촌공생회의 관심도 더 해질 것입니다”고 인사했다.

이 날 오후에는 다시 산을 넘어 히말라야 쪽으로 더 가까이 갔다. 안나푸르나봉으로 가는 마지막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곳으로 한국 언론에도 몇 번 소개된 적이 있는 산골이었다. 중국 자본이 들어와 산을 깎아 길을 넓히는 공사가 벌어져 차가 지날 때마다 먼지가 난무했다. 길을 가는 아이들은 먼지가 익숙한 지 피하지도 않았다.

스리타나반장 홍연초등학교 준공식에서 아이들이 환영하는 춤을 추고 있다.

스리타나반장 마을 홍연초등학교 준공식이 열렸다. 기공식 당시 본지를 통해 후원자 사연이 소개된 적이 있는 학교다. 딸이 많은 가난한 집의 장녀는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자신은 배우지를 못했다. 언니의 희생으로 동생들은 모두 잘 배워 일가를 이뤘다. 여기 까지는 가난했지만 교육열은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대한민국에서 어느 집에나 있었던 사연이다. 그러나 다음의 사연은 흔치 않다. 언니의 희생으로 공부한 동생은 자신을 가르치기 위해 평생을 받친 언니를 위해 학교를 짓기로 했다. 그 자신도 넉넉하지 않았지만 여생을 보낼 비용만 남기고 전 재산을 기부했다. 학교 이름은 언니 이름을 땄다. 그 사연이 담긴 학교가 바로 이날 준공식을 한 홍연초등학교다. 이 곳에서 바라보면 에베레스트 산이 들어온다. 발 아래 지난 4월 지구촌공생회에서 지은 공생초등학교가 선명하게 보인다. 크고 밝은 새 건물은 그 주변 단 한 곳 뿐이다. 공생회가 지은 학교는 수십킬로 미터 밖에서도 선명하게 들어온다. 무채색의 낮고 작은 집들 사이세 지구촌공생회 학교는 단연 돋보인다.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짓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정성 껏 준비한 춤과 노래로 후원자들과 한국에서 온 방문객, 자신들을 위해 학교를 짓는데 수개월을 산길을 오르내린 활동가 선생님들을 위해 작고 앙증맞은 몸짓으로 감사를 표했다.

월주스님은 덕림스님이 대독한 기념사에서 “이 학교는 학교를 짓는데 후원한 분을 가르치기 위해 배움의 한을 간직한 채 오래전 작고한 은인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건립기금을 후원하셨다”며 “가슴 따뜻하고 자비심 넘치는 네팔의 미래 동량이 되어 달라”며 부탁했다. 이 학교 교장은 “지진으로 무너진 학교를 건립하는데 도움을 준 후원자님과 공생회 분 등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새 학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11일에도 한국 불자 후원자의 특별한 사연과 네팔 인들의 애환이 담긴 학교가 문을 열었다. 스리치트레 분황초등학교다. 지구촌공생회 사무총장 덕림스님 인솔아래 후원자와 공생회 사무처 관계자, 김종렬 금산사 종무실장 등이 함께 했다. 가는 길은 전날 보다 더 험했다.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눈 녹은 물이 개울을 따라 흐르는 길을 따라 가다 다시 산으로 향하는 여정이었다. 히말라야 설산이 점차 가까워지고 만년설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 산위에 불가촉천민 집단촌이 있었다. 이 곳 역시 가옥은 부서지고 아직 복구 조차 못한 집들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기뻐하는 분황초교 후원자.

후원자는 설매당 연취당 두 보살이다. 두 후원자 역시 불교신자에게 혜택을 주고 싶어했다. 인도와 네팔은 공식적으로는 카스트 제도가 사라졌지만 그 문화와 관습은 여전히 사람들을 옥죄고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소규모 부락을 이룬 이들은 산골에서도 최빈층으로 보였다. 학생수도 30여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였다. 설매당은 울었다. 자신이 보시한 후원금이 지진으로 앙상한 자태만 남았던 학교를 인근에서 가장 크고 튼튼한 모습으로 우뚝 선 모습에 감격하여 울고, 아이들과 주민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울었다. 그는 “2700여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며 계급을 없앴다. 네팔 정부도 카스트 제도를 없앴다. 여러분들도 그 굴레를 벗어나 자유롭고 원대한 꿈을 꾸며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고 눈물로 인사했다. 두 후원자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가방과 모자 목도리를 몸에 걸쳐주며 아이들을 어루만졌다. 설매당보살은 학교를 둘러보며 연신 “정말 잘 지었다. 훌륭하다. 고맙다”를 연발했다. 젊을 적부터 경봉스님 구산스님을 친견하며 그 회상에서 화두를 받아 정진해온 설매당은 적은 돈이지만 틈틈이 모은 돈으로 지구촌공생회에 후원하고 있다. 그는 지구촌공생회를 통해 룸비니에도 같은 이름을 딴 학교를 지었다. 분황(芬皇)은 후원자가 직접 지은 교명이다. 그는 “분황은 진흙 속에 피는 연꽃‘으로 치트레 마을 아이들이 신분에 속박되지 않고 교육을 통해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길 바라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법은스님이 일광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선물을 주고 있다.

12일에 문을 연 학교에도 한국불자들의 감동어린 사연이 숨어있다. 전북 장수 산골의 일광사는 30여년 전 은사와 상좌 두 비구니스님이 지어 기도하며 수행하는 작은 암자다. 신도들 수도 적고 가난하다. 은사 지엽스님과 상좌 법은 두 스님은 30년간 영가 천도 기도를 하며 돈을 모았다. 은사 스님이 “영가가 준 돈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뜻있는 곳에 쓰기로 정하고 모은 것이다. 특별한 용처를 정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모은 돈이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어느날 상좌 법은스님이 네팔 장애인 어린이가 벽돌공장에서 힘겹게 일하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 어린이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지구촌공생회와 인연이 닿았다. 네팔 지진 피해 학교 짓기로 1억5000만원을 시주하는 것으로 약조했는데, 30년간 사찰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던 땅 주인이 시세로 팔겠다고 나섰다. 사찰 진입로를 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땅이어서 시세보다 3배를 더 쳐준다 해도 거절하던 지주였다. 월주스님께 그 사실을 고하며 1억 밖에 못내겠다 했더니 스님은 “그 돈이면 충분하다”며 함께 기뻐했다. 소문은 일광사가 학교를 짓는다고 났다. 가난한 줄 알았던 일광사가 학교를 짓는다니 신도들이 궁금해 했다. 그 중에는 일광사에서 가장 가난하고 학교도 다니지 못한 신도도 있었다. 난방비가 없어 겨울에도 찬 방에 잘 정도로 가난한 신도는 학원 빌딩을 청소하며 매달 24만원을 번다. 그 신도는 사연을 듣고 교복은 자기가 후원하겠다고 했다. 교복입고 가방 메고 학교 가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그 아이들이 내 대신 꿈을 이뤄주면 좋겠다며 학원 청소하며 10달을 모은 돈 240만원을 내놓았다. 이 생에서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도반 병문안을 갔다가 지구촌공생회 관계자와 학교 문제로 전화 통화하는 것을 그 도반스님이 들었다. 사연을 들은 도반이 신발을 후원했다. 또 다른 도반이 찾아와 모자 값 200만원을 후원했다. 그 스님 역시 몸이 불편하다. 남은 돈으로 학용품을 샀다. 출국 전 날 가방을 후원한 신도가 늘 하던 대로 사찰 봉사 차 와서는 “아이들 맛있는 것 사주시라”며 20만원을 슬며시 손에 쥐어주었다. 스님은 그 돈으로 사탕을 사서 아이들에게 나눴다.

스님도 주민들과 아이들의 환대를 받으며 학교를 들어서며 눈시울을 적셨다. 1000가구나 되는 큰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한 학교는 마을에서 가장 크고 밝고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학생수가 2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학교다. 국회의원이 반드시 방문할 정도로 대규모 마을의 유일한 학교다. 법은스님은 “이렇게 훌륭하게 잘 지어 정말 기쁘다. 모두 이사장스님과 지구촌공생회 관계자들이 정성껏 일해준 덕분이다. 훌륭하게 들어선 학교와 기뻐하는 주민들을 보니 영가 돈을 함부로 안 쓰고 뜻있는 곳에 썼다는 사실에 나도 기쁘고 이 사실을 한국에 돌아가 은사스님과 후원해준 분들께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준공식에 함께한 지구촌공생회 사무처장 덕림스님등 관계자들.

한편 지구촌공생회는 2008년 네팔 지부를 설립하여 공생청소년센터와 종합학교 1곳, 초등학교 10곳을 건립, 운영 지원해오고 있다. 지구촌공생회는 언어와 민족 종교 성별과 신분 차별없이 지구촌의 고통 받는 이웃들과 함께 하고자 지난 2003년 설립하여 전 세계 14개국에서 2,400여기의 생명의 우물과 식수시설, 64개의 교육시설, 6곳의 자립사업장을 설립하여 60여만명의 지구촌 이웃들에게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

지구촌공생회는 이외 스리디히 초등학교를 건립 중에 있으며 내년 1월 스리마헨드프리야 한마음초등학교, 스리퍼블릭 초등학교를 건립할 예정이다. 지구촌공생회는 이번 방문 기간 중 부처님이 태어난 룸비니에 마련한 초등학교에 도서관 두 곳과 초등학교 한 곳도 준공했다.

네팔 카트만두=박부영 기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