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간국보’ 
세상 떠난 지 2년 됐지만
로봇 통해 ‘만담’ 이어가 

청담ㆍ성철스님 닮은 
인간형 로봇을 만들어
똑 같은 목소리로 
법문을 들려주면 어떨까? 

지난 6월 말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경향신문사 주최 ‘4차 산업혁명-새로운 기회, 새로운 도전’이라는 주제의 포럼이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이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주요한 국정과제이니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모였다. 국무총리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계와 재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물론 필자도 다른 산업의 의제에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이날 포럼의 핵심 내용은 4차 산업혁명으로 거대한 전환의 시대를 맞았고, 그 방점은 결국 인간이라는 결론이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기술이 아니면 혁명이 아니고, 혁명의 핵심은 인간이고 교육과 상생을 통한 성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시 백악관 최고데이터과학자 등 유명 외국인 연사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특히 일본의 이시구로 히로시(오사카대 지능로봇연구소장)는 로봇이 인류를 파괴하는 극단적인 영화 내용과 달리,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유용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의 강연 내용 가운데 일부를 우리 불교에서도 차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로봇을 연구한다는, 다소 철학적인 말을 반복하는 그는, 자신이 만든 인간형 로봇인 안드로이드를 해외초청 강연에 보내 강연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는 농담을 했다. 자신을 복제하여 지방 강연장에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강연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직원을 통해 히로시 모양의 로봇을 가방에 담아가지고 가서 설치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가 개발한 로봇은 한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의 객실마다 비치돼 주문을 받고 있었다. 로봇을 테이블에 두면서 스마트폰만 보던 가족이 로봇과 함께 우호적인 대화를 하게 되었으며, 주문 로봇을 도입한 이 음식점은 1년간 지점이 300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로봇을 통한 상업적 성공인 것이다.

그가 만든 로봇은 인간과 비슷한 실리콘 피부와 섬세한 표정변화로 대표된다. 한 백화점에 마네킹 대신 설치한 로봇은 고객과 눈을 마주치면 웃거나 눈을 껌벅이면서 웃고 수줍은 듯 고개를 돌렸다. 영화에 출연한 로봇은 풍부한 표정변화로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였다. 현재 로봇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로봇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기보다 인간에 의해 원격조종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로봇은 조만간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유용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몇 개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를테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알려진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1916년에 작고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초등학교를 돌면서 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나스메 소세키가 아니라, 외모와 목소리와 사상이 닮은 인간형 로봇이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인간국보인 라쿠고(만담) 명인 가스라 베이초는 2015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우아한 만담은 그를 빼닮은 인간형 로봇의 입을 통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들의 존재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도 청담스님이나 성철스님을 닮은 인간형 로봇을 만들어 조계사에 설치해서 똑 같은 목소리로 법문을 들려주면 어떨까? 도선사와 해인사와 봉암사와 겁외사에도 스님 로봇을 여러 개 설치할 수 있지 않을까?

[불교신문3353호/2017년12월13일자] 

공광규 시인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