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재분배를 통한 
기본소득의 제공은 
권력에의 의지를 무력화시키고
승려들을 공부와 수행으로 
되돌려 놓게 될 것이다
그리고 승려의 역량강화는 
결국 포교력의 확대에 의한 
불교발전으로 연결된다

2018년 1월부터 종교인도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서 개신교가 반발한 것과 달리 불교는 줄곧 긍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불교가 종교인 과세에 긍정적인 이유는 그만큼 승려들의 소득이 낮기 때문이다.

간혹 승려들의 자본과 관련된 이슈가 터질 때면, 나처럼 자가용이 없는 스님들은 말 못할 봉변을 당하곤 한다. 택시를 타면 택시기사에게서 ‘도대체 왜 스님들이 그러느냐?’는 반복적인 질문을 받기 때문이다. 불교가 종교인 과세에 긍정적이었던 이유가 낮은 소득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진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출가해서 20년이 넘도록 살며 드는 생각 중 하나는 현대사회에 ‘불교만큼 빈부격자가 심한 집단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쉽게 변모하지 않는 이유는 제도에 의한 효율적인 재분배구조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에 의한 보완이 부족하므로 공부와 수행을 해야 할 승려들은 자꾸만 불필요한 줄서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부와 수행을 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즉,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내가 주로 교육과정에서 만나는 학인 스님들의 한 달 생활비는 불과 수십 만원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책값도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덕분에 이들은 공부가 쉽지 않다. 공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도약의 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또 다른 빈곤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는 시급이 7530원이 되는데, 이는 월급으로는 157만원을 상회한다. 이 금액은 학습기간에 있는 학인과 정진하는 선원 스님들, 그리고 비구니 스님들의 절대 다수 수입을 크게 상회한다. 바꿔 말하면, 승려의 대다수는 법정 최저소득 이하로 살고 있는 것이다.

저소득은 승려들의 문화역량 감퇴를 초래한다. 소득이 낮은 집단이 문화력이 높은 경우는 없고, 문화력이 낮은 집단이 사회를 리드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저소득은 필연적으로 불교의 포교위축을 동반한다는 말이다. 또 저소득에 의한 열악한 환경은 새로운 출가를 막는 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소득에 따른 포교역량 부재가 또 다른 저소득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시급 1만원에 대한 논의가 심심찮은 상황에서, 이와 동시에 기본소득에 대한 논란도 활발히 대두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가능한 것은 저소득층의 확대와 고착화가 소비를 위축시켜, 국가의 발전과 경제성장력을 저해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교 역시 마찬가지다. 빈부격차를 줄이지 않는다면, 불교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며 나중에는 근간까지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제는 불교에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부의 편중에 따른 재분배는 선진화된 질서와 체계로 변모하는 첩경이다. 또 부의 재분배를 통한 기본소득의 제공은 권력에의 의지를 무력화시키고, 승려들을 공부와 수행으로 되돌려 놓게 될 것이다. 그리고 승려의 역량강화는 결국 포교력의 확대에 의한 불교발전으로 연결된다. 악순환이 끊어지고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금 불교적인 부의 확대와 사회적인 영향력 증대를 초래하여 사회적인 계몽을 동반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불교신문3352호/2017년12월9일자] 

자현스님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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