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불기 2561 (2017).12.14 목

사이드바 열기
상단여백
HOME 복지&상담 복지 스님의 손편지
[혜타스님의 손편지] <20> “아들이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요”“아들에게 가장 좋은 약은 엄마 관심”
  • 혜타스님 삽화=용정운
  • 승인 2017.12.07 17:08
  • 댓글 0

 

“스님 저는(박미자, 63, 여) 2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모진 고생 속에서 아들과 딸, 두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아왔습니다. 고맙게도 딸아이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제 근심은 마흔이 다된 아들이 일체 바깥생활을 끊은 채 하루 종일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서른이 조금 넘어서 까지는 취직하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저도 이때는 아들의 취직여부나 친구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도 아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아들 눈치만 살폈었는데, 지금은 아들과 마주치는 것조차 싫습니다. 저는 지금껏 건물 청소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가르치고 생계를 꾸려 왔습니다. 요즘도 새벽4시면 집을 나섭니다. 오후4시가 되면 집에 돌아올 수 있지만, 아들이 보기 싫어서 늦은 밤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장성한 자식은 집에서 놀고 있는데, 이 나이 먹어 청소하러 다니는 것이 한탄스럽고 화가 납니다. 자식을 집에서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들과 매일 마주치는 것도 너무 힘듭니다. 스님,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미자 님, 어린 시절에 숨바꼭질 해보셨죠? 비록 놀이이기는 하나 숨는 마음은 한가지입니다. 꼭꼭 숨을수록 더 안전하고 더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술래가 찾지 못할수록 성취감도 더 커지고 자신의 존재감도 더 크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술래가 꼭꼭 숨은 아이를 찾아내려고 하면, 나오라고 성화하면서 위협적으로 쫓아다녀서는 안 되고, 숨은 아이가 스스로 나오게 해야 합니다. 나가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나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아들을 집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들 스스로 바깥 생활이 즐겁고 바깥 생활에서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들이 처음부터 직장을 안 다니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자 님도 잘 알듯이, 아들은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자신에 대한 실망과 고생하시는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그 죄책감과 두려움이 사라져야만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불타는 집에서 불난 줄도 모르고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줌으로써 불타는 집을 빠져나오게 한다”고 하셨습니다. 

미자 님, 아들이 좋아하고 편안해 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엄마의 행복한 모습이 아닐 런지요. 엄마의 웃는 모습과 엄마의 다정한 말들, 따뜻한 눈길이 아들에게는 가장 좋은 것이 되고, 가장 편안한 것이 될 것입니다. 엄마의 웃는 모습에서 아들은 고생하시는 엄마에 대한 죄책감을 덜게 되고, 엄마의 다정한 말들 속에서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 엄마의 따뜻한 눈길 속에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미자 님이 웃음이 나올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압니다. 몸은 점점 연로해져서 늘 하던 일들조차 힘겨워지고 하루하루 사는 것이 너무나 고단한데 어떻게 행복한 웃음이 나오겠습니까? 더구나 가장 의지하고 싶은 아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데 어떻게 다정한 말들이 나오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아드님은 움직이기 싫어서가 아니라, 마치 기름이 떨어져서 굴러가지 못하는 자동차처럼,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아픈 상태라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아픔에 가장 좋은 약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자, 세상의 전부인 엄마의 따뜻한 관심과 위로입니다. 아들을 향한 다정한 말들과 웃음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시겠지만, 아들의 병을 고친다는 마음으로 아들이 함께 웃어 줄때까지 끊임없이 웃어주셔야 합니다. 또 아들에게 간단한 심부름을 부탁하셔서 하루에 한번은 꼭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시고, 아들의 친한 친구나 다른 가족들에게도 도움을 청해서 아들이 좋아하는 일들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이런 노력들 속에서도 아들이 변함이 없을 때는 미자님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지 마시고, 반드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잡아함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친구가 게으름을 피울 때 깨우쳐주고, 친구가 하는 일을 의심하지 않으며, 친구의 허물을 보아도 꼬투리를 잡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이 좋은 친구다. 좋은 친구와 가까이 하는 것은 자식이 부모 품에 안긴 듯하여 편안하고 즐거우니라.” 아들을, 미자님의 기대를 저버린 미운 아들로 대하지 마시고, 위로가 필요한 아픈 친구를 대하듯 하십시오. 아들이 살아갈 용기를 다시 찾는 좋은 약이 될 것입니다.

[불교신문3352호/2017년12월9일자] 

혜타스님 삽화=용정운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여백
여백
icon
"SNS에서도 불교신문
뉴스를 받아보세요"

kakaostory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